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 창구로 지목된 국민의힘 김웅 의원이 3일 오전 조사를 받기 위해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발사주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공개 출석했다. 김 의원은 자신이 전달한 고발장 등과 관련한 고발사주 의혹을 두고 “실체가 없다. 기억 나지 않는다”라며 “공수처는 윤석열 수사처”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오전 9시45분께 과천 공수처 청사로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먼저 김 의원은 지난해 4월3일 이 사건 제보자 조성은씨와 한 통화에서 언급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루설을 부인했다. 그는 “(윤 전 총장이) 지시했다거나 (그와) 협의했다는 내용이 녹취록에 전혀 없다. 이름이 언급됐다고 배후라면 (통화에서 언급된) 최강욱과 황희석은 왜 배후가 아니냐”며 “고발사주란 실체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9일 <한겨레>가 입수한 ‘김웅-조성은 전화통화 전문 녹취록’을 보면, 김 의원은 지난해 4월3일 오전 조씨와 통화하며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일단 만들어서 보내드릴게요. 고발장을 남부지검에 내랍니다. 남부(지검이) 아니면 위험하대요”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당시 오후에 이뤄진 두번째 통화에서 고발장을 오전 통화에서 언급한 남부지검이 아닌 대검에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의원은 “(대검을) 방문할 거면 공공수사부 쪽이니까, 옛날 공안부장 있죠? 그 사람을 방문하는 것으로 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과정에서 자신은 드러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되는 거예요”라며 “차라리 그것과 전혀 다른 이미지(의 사람들이) 가야 한다. 예를 들면 ‘언론피해자’, 지금 언론장악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동원해서 가는 게 낫겠죠. 검찰색 안 띄고”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이정도 보내고 나면 검찰에서 알아서 수사해준다. (중략) 검찰이 받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받는 것처럼 하고, 이쪽(당쪽)에서 항의도 좀 하시고”라며 세부적으로 지시했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저희’가 누구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저희’가 증거가 된다고 하면 ‘우리 (박지원 국정)원장님이 원하는 날짜가 아니다’는 (조성은씨) 말은 결정적 증거가 될 것”이라며 “그 부분에 대한 수사는 전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야당 정치인을 이런 식으로 수사를 하는 것 자체가 공정한 수사인지 국민 여러분이 판단해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이 언급한 ‘우리 원장님이 원하는 날짜가 아니다’란 말은 조성은씨가 언론 인터뷰 과정에서 한 발언이다. 조씨는 지난 9월 <에스비에스>(SBS) 인터뷰에서 “사실 (고발사주 의혹 보도가 처음 나간) 9월2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박지원 국정)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거나 제가 배려받아서 상의했던 날짜가 아니거든요”라고 말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쪽은 고발사주 의혹 사건 제보 과정에 박지원 원장이 개입했다는 ‘제보사주’ 의혹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의원은 고발장을 전달한 사람이 누구냐는 기자들 말에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당시 받았던 많은 제보와 마찬가지로 제보자와 경위에 대해선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며 “(고발장을) 누구에게 줬는지 제보자가 누군지도 기억 전혀 못하고 있고 통화 내용도 그렇게 했음에도 전혀 알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그걸 기억 못하면서 제보자를 기억하라는 건 앞뒤가 안 맞는 거 같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김 의원이 지난해 4월 손준성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과 공모해 두 차례에 걸쳐 여권 인사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고 보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9월10일 공수처 압수수색을 받았고 10월5일 공수처에 피의자로 입건됐다.
한편, 공수처는 2일 손준성 검사를 소환 조사했다. 손 검사는 공수처 조사에서 고발장 작성 및 전달에 관한 혐의를 모두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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