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왕의 남자 이준익 감독(왼쪽)과 영화배우 김주혁(오른쪽)이 광화문 교보생명 앞에서 스크린쿼터 축소반대 1인 시위 일곱 번째 주자로 나섰다. 김현태 (서울=연합뉴스) mtkht@yna.co.kr
“우리 둘만 되는 겨?” 경찰 ‘1인시위 이중잣대’
경찰, 영화감독 동반한 배우 1인시위 ‘허용’ 논란
경찰, 영화감독 동반한 배우 1인시위 ‘허용’ 논란
감독을 동반한 배우의 ‘1인 시위’는 합법인가? 스크린쿼터 사수를 위한 배우들의 ‘1인시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경찰의 이중잣대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영화인들은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 방침에 항의하며 지난 4일부터 릴레이로 문화관광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 영화배우의 ‘1인시위’는 ‘나홀로 시위’가 아니라 감독과 함께 ‘2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1인시위’로 규정해 허용하고 있다. 평소 ‘1인시위’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던 경찰의 잣대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영화인들은 지난 4일 배우 안성기씨를 시작으로 박중훈, 장동건, 최민식, 전도연, 강혜정씨 순으로 매일 1명씩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앞에서 피켓을 들고 ‘나홀로시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9일 전도연씨는 김지운 감독과 시위에 나섰다. 강혜정, 김주혁, 이준기씨 등도 정윤철, 이준익, 민규동 감독과 함께 시위에 나섰다. 13일에는 배우 문소리씨와 송일곤 감독이 함께 `1인 시위'에 나설 예정이다.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보면, 시위는 `다수인'이 진행하는 것으로 규정이 돼 있어 `1인 시위'의 경우 경찰에 사전집회 신고를 할 필요가 없고 신고를 하지 않아도 불법 행위로 간주하지 않는다. 그러나 경찰이 그 동안 통상적으로 `20m 이내'를 같은 공간으로 규정해 이 거리 내에서 2명 이상이 동일한 내용의 1인 시위를 벌일 경우 불법 집회로 간주, 단속했던 점에 비춰보면 배우와 감독이 나란히 서서 벌인 `1인 시위'는 엄연히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
경찰, 그동안은 릴레이1인시위, 인간띠 등 ‘변형1인시위’도 “안된다” 고수
특히 경찰은 1인 시위가 확산되면서 몇 분 간격을 두고 시위자를 교대하는 ‘릴레이 1인 시위’, 소속이 다른 단체회원들이 1명씩 일정한 장소에서 시위를 벌이는 ‘혼합형 1인 시위’, ‘20m 간격의 인간띠 잇기 시위’ 등 변형된 1인 시위조차 불허해 왔다.
그런데도 경찰은 몰려드는 팬으로부터 `시위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영화배우들의 시위를 불법집회로 규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배우들의 안전을 위해 감독과 함께 2인시위를 하라”고 제안까지 했다는 것이다. 몰려드는 시민을 막아야 할 의경들중 일부는 시위중인 배우와 함께 사진을 찍는 등의 촌극을 벌이기까지 했다. 스크린쿼터사수영화인대책위원회는 이에 대해 “애초 `1인시위' 규정에 따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시위를 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장동건씨 때와 같은 사태가 발생할 것을 염려,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으니 나란히 서서 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또 “폭력 시위도 아니고 얌전히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것인 만큼 경찰의 권유에 따라 그 동안 간격을 두지 않고 나란히 서서 진행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할경찰서 경비과장은 ”1명이 시위를 하고 다른 1명이 이를 보조해 교대로 릴레이 시위를 벌이는 것은 1인 시위로 본다”고 해명했다. 인권단체 “영화인 시위에만 관대한 경찰 잣대” 비판 “경찰의 1인시위 잣대 자의적이었음을 보여주는 사례”
그러나 인권 및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이러한 경찰의 해석이 자의적이며,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번 형평성 논란이 1인 시위를 규제하는 쪽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시위를 보장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변형된 1인 시위 단속의 근거가 집시법 집회 시위에 대한 규정 가운데 ‘다수’라는 조항”이라며 “그러나 경찰은 시민사회단체에는 그동안 과도하게 법 집행을 해오다가 영화인에게는 아무런 문제 의식없이 ‘불법 집회’를 허용하는 엽기발랄한 상황을 연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1인 시위나 변형된 1인 시위가 평화적이고 타인의 인권이나 공공의 안녕과 질서를 침해하지 않을 경우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포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며 “경찰 역시 집회와 시위에 있어 최소한으로 간섭하고, 대응 역시 합리적으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박래군 활동가는 “이번 논란은 경찰이 그동안 (변형된) 1인 시위에 대해 자의적으로 법해석을 해왔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1인 시위를 제한하려 했던 경찰의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화인들의 2인 시위를 1인 시위로 돌려라 식의 해결은 바람직하지 않다”라며 “집회와 시위는 규제대상이 아니라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차원에서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장유식 변호사는 “이번 형평성 논란으로 현행 집시법은 경찰이 그때 그때 다른 잣대를 갖다 댈 수 있는 재량권을 과도하게 주고 있고 해석의 모호함이 나올 수 있다는 문제가 드러났다”며 “우리 사회의 정치적 표현과 소통의 방법 가운데 하나인 집회와 시위에 대해 경찰에게 과도한 재량권 행사 권한을 줄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더욱 넓게 주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경찰서 경비과장은 논란이 불거지자 “스크린쿼터사수 영화인대책위가 배우와 감독이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해 와 잠시 허용했으며, 1명이 시위를 하고 다른 한명이 이를 보조해 교대로 릴레이 시위를 벌이는 것을 1인 시위로 봤다”며 “13일부터는 철저히 원칙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연합
그런데도 경찰은 몰려드는 팬으로부터 `시위자'를 보호한다는 이유로 영화배우들의 시위를 불법집회로 규정하지 않았고, 오히려 “배우들의 안전을 위해 감독과 함께 2인시위를 하라”고 제안까지 했다는 것이다. 몰려드는 시민을 막아야 할 의경들중 일부는 시위중인 배우와 함께 사진을 찍는 등의 촌극을 벌이기까지 했다. 스크린쿼터사수영화인대책위원회는 이에 대해 “애초 `1인시위' 규정에 따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시위를 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이 장동건씨 때와 같은 사태가 발생할 것을 염려, `안전사고의 우려가 있으니 나란히 서서 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또 “폭력 시위도 아니고 얌전히 피켓을 들고 서 있는 것인 만큼 경찰의 권유에 따라 그 동안 간격을 두지 않고 나란히 서서 진행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관할경찰서 경비과장은 ”1명이 시위를 하고 다른 1명이 이를 보조해 교대로 릴레이 시위를 벌이는 것은 1인 시위로 본다”고 해명했다. 인권단체 “영화인 시위에만 관대한 경찰 잣대” 비판 “경찰의 1인시위 잣대 자의적이었음을 보여주는 사례”

김지운,전도연. 스크린쿼터 일인시위 스크린쿼터와 관련 영화계의 계속된 항의와 톱스타들의 일인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9일 서울 광화문에서 영화감독 김지운(왼쪽)씨와 영화배우 전도연씨가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하는 문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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