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종로구 정독도서관 앞에 붙은 ‘도서관 출입시 방역패스 의무화 안내문'. 연합뉴스
“대책이 없으니 방역패스 계도기간까지는 일단 지켜보려고 합니다. 한 명이 24시간 상주하면서 직접 접종했는지 확인할 수는 없잖아요.”
확대된 방역패스 계도기간 첫날인 6일, 경기도 김포에서 무인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박종대(50)씨는 “방역패스에 대해 문의하는 고객들에게 일단 주말에 다시 안내하겠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사람이 직접 방역패스를 확인해야 하면 추가 인건비가 수백만원 들 것이고, 당장 무인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도 없다”며 “현재 체온 측정 기계가 있어도 손님들이 제대로 안 하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방역패스 확인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날부터 카페·식당·독서실·스터디카페·피시(PC)방 등에도 방역패스가 적용되면서 무인 영업장이나 1∼2명만 근무하는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직장에 다니면서 수원에서 무인 스터디카페 2곳을 운영하는 최부금(54) 전국스터디카페독서실연합회 공동대표는 “무인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직접 대면으로 매장을 관리하기 힘든 사정이 있는 경우가 많다”며 “코로나로 매출이 60~70% 빠져 인건비를 추가로 지출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서울 금천구와 경기도 시흥에서 무인 스터디카페 2곳을 운영하는 이예정(37)씨도 “매장에 직원이 상주할 공간도 따로 없는데, 당장 계도기간이 지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럽다”며 “방역패스 발표 이후 벌써 7∼8명이 환불 문의를 했다. 백화점 등에는 적용하지 않으면서 왜 스터디카페에는 적용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피시방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무인 영업은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천 부평구에서 피시방을 운영하는 김병수 한국인터넷피시(PC)문화협회 회장은 “낮에는 직접 나와서 운영하고 사람이 적은 야간에만 무인으로 피시방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일부 있는데, 방역패스를 확인하려면 무인으로는 운영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혼자서 혹은 적은 인원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도 방역패스 확인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에서 아르바이트 한 명을 두고 피시방을 운영하는 문영민(36)씨는 “피시방은 한 명이 상대하는 손님 수가 특히 많고, 청소 등으로 카운터를 비우는 때가 많은데 일일이 접종 여부를 검사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 한 카페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박정(27)씨는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혼자 음료를 만들면서 매번 백신 접종 여부까지 확인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입구에 핸드폰을 놓고 큐아르 코드 찍은 뒤 나오는 음성을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확인하면 혼자서 관리하기 쉽다’는 등 무인가게나 1인 매장을 위한 아이디어도 올라오고 있다.
이날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성명을 내어 “소상공인은 그동안 지속된 코로나 방역규제로 인해 심각한 매출 감소가 발생했다. 이에 방역패스를 관리할 인력도 고용할 수 없으며 미접종자 구분 시스템조차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소상공인들이 범법자가 될 수밖에 없는 정책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김윤주 장현은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