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방청객의 팔짱끼기나 다리꼬기, 모자 착용 등을 제지하는 법원의 시대착오적 권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법원이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김형두 대법원 법원행정처 차장은 지난 3일 열린 전국법원장회의에서 법원 경위들이 재판 방청객의 자세 등을 지적한 사례를 언급한 뒤 “국민들이 보기에 법원이 권위적으로 보일 수 있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 공감한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이어 “법원도 변화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국민들 지적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법원보안관리직(법원 경위) 등 교육을 통해 대안을 찾으면 좋겠다. 예규 개정 필요성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전국법원장회의는 사법행정을 자문하는 기구로 구성원은 각급 법원장과 사법연수원장 등이다.
앞서 <한겨레>는 지난달 30일 “
법정 예절 어디까지…팔짱·다리꼬기가 법정의 존엄 해치나” 기사를 통해 법원이 재판과 무관한 방청객 자세나 모자 착용까지 지적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임재성 변호사도 같은달 4일치 <한겨레> 오피니언면 칼럼(‘
법정의 존엄과 팔짱?’)에서 9월30일 법정 방청석에서 팔짱을 끼고 선고를 듣다가 법원 경위에게 제지 당한 경험을 이야기하며 “방청석에서 팔짱을 끼는 행위가 도대체 재판의 진행에, 법정의 질서유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아무런 영향이 없다. 법대 위에 앉은 판사들을 향해 방청석의 시민들은 공손한 자세를 취해야 하며, 불경한 자세는 안 된다는 ‘군기 잡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김 차장이 언급한 예규는 ‘법원보안관리대 운영에 관한 예규’ 제11조를 가리킨다. 법원 경위는 이 조항에 근거해 △법정 안에서 소리 내며 껌을 씹는 행위 △휴대폰 벨소리·옆 사람과 큰소리로 나누는 대화 등 재판을 방해하는 소음을 발생시키는 행위 △재판에 항의하거나 법관 또는 법원 직원에게 욕설을 하는 행위 △부채질을 하는 행위 △신문을 넓게 펼쳐보는 행위 △혐오감을 주는 복장 착용 △법정 내에서 코를 골며 잠든 행위 △몸을 젖혀 눕는 행위 △기타 정숙하지 못한 행위 △허가받지 않은 촬영장비의 휴대 및 촬영 등을 제지한다. 그런데 경위들이 이 조항을 내세우며 방청객의 자세나 복장까지 임의로 제지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대법원 관계자는 “아직 예규를 어떤 식으로 개정할지 구체적인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다. 우선, 예규 내용 등이 적절한지부터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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