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폰서 검사’ 사건에 연루된 김형준(51) 전 부장검사의 고교 동창 김아무개(51)씨가 ‘검찰이 강제로 포토라인에 세워 초상권이 침해됐다’며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공인이 아닌 민간 사업가 초상권을 보호하지 않은 국가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김씨가 국가와 담당 검사·수사관 등 수사팀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는 김씨에게 1천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2016년 당시 80억원대 사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김씨는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되자 강원도 원주로 도주했다. 같은해 9월 서울서부지검 수사관들에게 체포된 김씨는 서울서부지법에 도착하기 전 호송차량에서 수사관들에게 포토라인에 서야 한다는 얘기를 듣자 이를 거부했다. 그러면서 얼굴과 손에 채워진 수갑을 가릴 수 있는 물품을 달라고 했으나 받지 못했다. 결국 일부 언론엔 모자이크 처리에도 불구하고 김씨 얼굴 윤곽이 드러난 채 보도됐다. 이에 김씨는 2019년 2월 “초상권을 침해당했다”며 국가와 수사팀에 위자료 5천만원을 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김씨는 스스로 언론의 관심을 유도하며 호송차량에서 내린 뒤 기자들 앞에 서서 다수의 질문에 답변했다. 검사와 수사관들의 행동에 어떤 위법요소도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공인이나 공적 인물이 아닌 김씨의 신원과 초상 공개가 정당화될 만한 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김씨의 초상권 침해에 따른 국가 책임을 인정했다. “김씨는 사업가로서 어떤 의미에서도 공인 또는 공적 인물이라고 볼 수 없다. 이미 구속영장이 집행돼 공개수배 및 검거를 위해 신상을 공개할 필요도 없는 등 신원공개가 허용되는 어떤 예외사유에도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담당 검사가 김씨에게 얼굴을 가릴 수 있는 물품을 제공하지 않도록 지시하거나 관여했다고 볼 수 없다. 공무원 개인은 가벼운 과실의 경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며 수사팀 개개인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이를 확정했다.
한편 김형준 전 부장검사는 2016년 김씨로부터 향응과 접대를 받고 수사 편의를 봐준 대가로 구속기소돼 지난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당시 김 전 부장검사는 검찰 출신
박아무개 변호사로부터 범죄 혐의를 무마해주는 대가로 3차례에 걸쳐 4천만원을 받은 의혹도 받았지만, 검찰은 이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후 김씨는 2019년 김 전 부장검사를 경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이 사건을 지난해 10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찰은 지난 6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넘겼다. 공수처는 지난 7월부터 이 사건 수사에 나섰고, 지난 10일에는 김씨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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