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통신 자료 조회 논란이 확산하는 가운데 김진욱 공수처장이 23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언론인과 정치인 등의 통신자료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논란을 일으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과거의 수사 관행을 깊은 성찰없이 답습하면서 논란을 빚게 돼 유감”이라며 사실상 사과의 뜻을 밝혔다.
공수처는 24일 오전 기자들에게 입장문을 보내 “공수처는 올해 출범한 뒤 모든 수사 활동을 법령과 법원의 영장 등에 근거해 적법하게 진행했다. 또한 관련자 조사, 증거 자료 확보 등 수사 활동에 있어 최대한 인권 침해적 상황이 발생하지 않게 노력해 왔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수사 관행을 깊은 성찰 없이 답습하면서 최근 기자 등 일반인과 정치인의 ‘통신자료(가입자정보) 조회’ 논란 등을 빚게 돼 여론의 질타를 받게 된 점,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논란을 계기로 비록 수사상 필요에 의한 적법한 수사 절차라 해도 헌법상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소지가 없는지, 국민적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요소는 없는지 철저히 점검하도록 하겠다”며 “이를 위해 외부 인사들이 주축이 돼 독립적으로 공수처의 기존 통신 관련 수사 활동의 문제점을 점검토록 하여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 또한 수사 활동에 있어 개선해야 할 점은 없는지 면밀히 파악하고 수사 업무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다만 공수처는 “공수처가 맡은 사건과 수사의 특성 상 피의자 등 사건관계인의 통화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하기 위해 기자 등 일반인의 통신자료 확인이 불가피했던 점, 수사기관으로서 수사 중인 개별 사건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기가 어려운 점을 혜량해달라”며 “고발사주 의혹 사건 등 사회적 논란이 된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 공수처의 역할과 책무를 감안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앞서 공수처는 <한겨레> 등 10여개 언론사 기자 수십명의 통신자료를 수집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을 빚었다. <티브이(TV)조선> 기자에 대해선 통신사실확인자료를 확보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15명 통신자료를 제공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이외에도 김경율 회계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을 지낸 김준우 변호사 등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수사기관이 간단한 사유를 적어 이동통신사에 요청만 하면 개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등 통신자료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엔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등이 548만4917건의 통신자료를 조회하기도 했다. 통화와 문자메시지 전송 일시, 통화시간 등이 담긴 통신사실확인자료를 받기 위해선 법원 영장을 받아야 한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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