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년 신년 특별사면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복권은 발표만큼이나 안건 상정 등 논의 과정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사면심사위) 회의 종료 직전,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안건으로 상정했고, 심사위원들은 찬반 토론 뒤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와 ‘사면권자의 결단’ 등을 고려해 사면을 의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사면심사위는 지난 20일에 이어 21일 오후 2시30분부터 회의를 열고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를 논의했다. 회의 도중 오후 4시40분께 위원장인 박범계 장관이 참석했고, 이후 박 전 대통령과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사면안을 제안했다. 심사위원들 사이에서는 찬반 토론이 이어졌는데, 반대 의견보다는 찬성 의견이 우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위원들은 별도의 표결 과정을 거치지 않고 찬성 위원들 다수 의견에 따라 박 전 대통령을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위원들은 박 전 대통령의 건강상태와 5년에 가까운 수감 기간, 사회적 분위기,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 등을 두루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심사위원은 “위원들이 각자 자기 의견을 표현하면서 자연스레 찬성, 반대 의견이 나왔다. 전체적으로 찬성 의견이 많았다. 별도의 표결 절차는 없었고 다수 의견에 따라 사면안이 통과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전반적으로 사면권자(대통령)의 결단을 존중한다는 것이 위원들 사이의 기류였다”고 덧붙였다.
박 장관 역시 26일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21일 오후 4시50분께 박 전 대통령과 한 전 총리, 두 분에 대한 사면 안건을 올렸다. 민간 위원들의 의견을 먼저 들었고, 다수가 찬성하는 의견이었다. 이후 정부 위원들의 의견을 들었고 절대다수가 사면에 찬성했다. 표결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의견을 쭉 듣는 절차였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도 찬성 입장을 보였느냐’는 사회자의 물음에는 “찬성 여부를 밝힐 필요가 없이 절대다수가 사면을 찬성하는 입장이었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면 안건을 올리기로 결정한 시점’을 묻는 말에는 “사면 전 주 금요일 검찰국에 전직 대통령 사면안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다. 심사위에 안건을 급히 올린 것이 아니라 쓸데없는 논쟁 가능성을 생각해 특별히 보안에 부쳤을 뿐이다. 그 전에 사면에 대한 대통령의 뜻을 전달받았다”고 했다.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정부의 기류 변화는 일찌감치 감지됐다는 풀이도 나온다. 앞서 지난 7월 ‘광복절 특별사면’을 앞두고 박 장관은 ‘전직 대통령 사면 가능성’을 두고 “대통령 뜻을 전달받은 바 없다. 시기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원포인트 사면을 굳이 못 할 바도 아니지만, 대통령이 그런 분은 아니다”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하지만 박 장관은 지난 20일 ‘신년 특별사면’ 1차 사면심사위 전체회의를 앞두고서는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최종 발표될 때까지는 어떤 내용도 발표할 수 없다.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법무부가 같은 날 박 전 대통령의 정신건강의학과·치과 진료 사실 등 건강상태를 이례적으로 공개한 것도 사면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었냐는 분석도 있다. 박 장관은 24일 사면 대상자 발표 직후 “국민 공감대와 국민화합이란 관점에서 문 대통령께서 (박 전 대통령 사면을) 고려한 것으로 안다. 사면심사 때 외부 진료나 입원 등 진단서나 의료진 소견서가 대체로 간단한 편인데, (박 전 대통령은) 아주 자세하게 여러 과에 걸쳐서 기술이 돼 있었다. 박 전 대통령 사면의 매우 중요한 기준은 그의 건강 악화였다”고 설명했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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