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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새해엔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예외 사라질까

등록 2021-12-31 19:23수정 2021-12-31 20:21

[한겨레S] 다음주의 질문
강은미 정의당 의원(가운데 노란 마스크 쓴 이) 등이 지난 12월16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위한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강은미 정의당 의원(가운데 노란 마스크 쓴 이) 등이 지난 12월16일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위한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근로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헌법 제32조 제3항)

거듭 읽을수록 왠지 모르게 숙연해지는 이 조항에 따라 제정된 법률이 근로기준법이다. 근로기준법 제1조는 “이 법은 헌법에 따라 근로조건의 기준을 정함으로써 근로자(노동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 향상시키며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이 법에는 ‘함정’이 있다. 제11조다. “이 법은 상시 5명 이상의 노동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한다.(후략)”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은 ‘노동자’라 할지라도 ‘인간 존엄성 보장’의 기준을 ‘원칙적으로’ 적용받지 못한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은 시행령을 통해 적용 대상 사업장 규모를 정해왔다. 5인 이상 사업장에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5인 미만 사업장에는 일부 조항만 적용하게 한 현재의 법체계가 만들어진 것은 1989년이다. 당시 근로기준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할 조항을 시행령을 통해 정하도록 했는데, 정부는 9년을 버티다 1998년에서야 시행령을 개정했다. 정부가 늑장 개정 사유로 든 것이 ‘영세 사업장의 어려움이 예상되고, 법을 지키는지 감독할 근로감독관이 부족하다’였다.

헌법재판소도 비슷한 논리를 댔다. 1999년 헌재는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가 위헌인지를 다투는 헌법소원 심판에서 “영세 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하고, 국가의 근로감독 능력의 한계를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며,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배제가 “입법정책적 결정으로서 나름대로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합헌 결정했다. 2019년에도 비슷한 취지의 결정이 있었다.

그런데 헌재의 판단에는 전제가 있었다.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근로기준법의 확대 적용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점진적 제도개선으로 인한 부득이한 것”이라는 것이다. 개선되고 있으니 조금만 참고 견디라는 취지로도 읽힌다. 하지만 1998년 이후 23년 동안 이뤄진 ‘개선’은 2010년부터 퇴직금이 적용된 것을 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해고로부터의 보호, 연장근로한도 제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지급, 연차유급휴가 등은 70년 가까이 아무런 개선이 없다. 현 정부 들어 주52시간 노동상한제나 법정공휴일 유급휴일화 개정이라는 근로기준법의 ‘굵직한’ 변화가 있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당연한 듯 논의 대상에서 빠졌다.

최근 국회가 근로기준법 적용 확대를 위한 법안 논의를 하겠다고 나서 일말의 희망을 품게 했다. 하지만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표를 잃을까 걱정한 탓인지 여야는 전혀 논의를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 상태로는 어떠한 변화도 어려워 보인다. 애초에 변화를 기대한 사람을 머쓱하게 만들 정도다.

전세계적으로 사업장에 근무하는 노동자의 수에 따라 권리에 차등을 두는 국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한국의 전체 임금노동자 다섯명 중 한명(2019년 기준)이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다. 1월 속개되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에서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도록 개정해 23년간 박탈당한 노동자 20%의 권리를 보장하도록, 주목하고 따져 물어야 한다.

박태우 사회정책팀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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