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시안들의 학교생활
전북 정읍 동초등학교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기은선(34) 교사는 역사시간이 조심스럽다. 전체 38명 반아이 중에서 일본인 엄마를 둔 박홍실(12·6학년)양이 있기 때문이다. 기 교사는 “우리가 핍박받은 일제시대를 가르칠 때는 반아이들이 홍실이를 보기 때문에 신경쓰이는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아이들에게 홍실이 잘못이 아니라고 잘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기 교사는 “역사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있다”며 “홍실이 엄마는 한국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혼을 한 것”이라고 일러준다. 기 교사는 홍실이가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영어는 더 잘해” 칭찬에 자신감 회복
역사수업때 마음의 상처 신경 쓰기도 홍실이는 적극적이고 봉사활동을 많이하는 모범적인 어린이다. 그래서 반 아이들이 상당히 좋아한다. 일본어를 제법하는 홍실이는 반아이들에게 일본어를 알려주기도 한다. 경주나 독립기념관에 현장학습을 갔을때 일본인을 만나면 홍실이는 통역을 하기도 하는 등 인기가 높다. 기 교사는 “우려와 달리 인종적인 문제를 극복한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전북 장수군 장수초등학교 2학년 2반 김민수(9)군은 26명인 반에서 꼴찌다. 김군은 필리핀인 엄마를 둔 이른바 코시안이다. 김군은 언어발달이 늦어 글쓰기와 읽기가 너무 힘들다. 기본적인 국어가 달리니까 교과서는 물론 시험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엄마가 숙제 알림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준비물을 제대로 챙겨오지 못한 경우도 많다. 김군처럼 같은반에는 외국인 엄마를 둔 친구가 2명이나 더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매사에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없다. 친구들간에 섞여서 잘 동화하지 못하고, 소그룹 학습때도 소외되기 일쑤다. 언어소통이 잘 안되다보니 친구들이 아예 처음부터 빼놓고 시작한다. 외모에서 오는 차이에다 언어장애 등으로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지금 김군의 처지는 평균성적이 50점도 채 안됐던 1년 전 보다 그나마 나아진 편이다. 박현희(28) 담임교사가 방과후 교실을 통해 3시간 동안 헌신적으로 지도해 주기 때문이다. 박 교사는 동화읽기를 통해 김군 등에게 국어교육을 집중적으로 시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받아쓰기는 약하다. 개인지도를 하기 전에는 아예 문장전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고 박 교사는 말했다. 박 교사는 반 전체학생 앞에서 김군에 대해 “외모가 다른 학생들보다 더 잘생기고, 외국인 엄마를 둔 관계로 영어도 더 잘한다”고 칭찬해줬다. 그랬더니 김군이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되고 예전보다 훨씬 표정이 밝아졌다는 것이다. 박현희 교사는 “코시안 학생들은 언어습득이 늦기 때문에 방과후 특별한 국어교육이 필요하다”며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교사들의 관심 뿐만 아니라 칭찬과 격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교과서에 우리 민족에 대한 언급은 5~6학년 고학년 과정에 나온다”며 “우리학교에는 고학년이 많지 않아 아직 배타적인 민족 차별 문제는 겪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또 “코시안 학생은 동양인과의 결합으로 태어난 관계로 외모가 서양인과 다르게 확연히 구분이 잘 되지 않아 아이들끼리 인종적 차별 보다는 언어적인 문제로 갈등을 겪는 것 같다”며취학 전 언어·문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역사수업때 마음의 상처 신경 쓰기도 홍실이는 적극적이고 봉사활동을 많이하는 모범적인 어린이다. 그래서 반 아이들이 상당히 좋아한다. 일본어를 제법하는 홍실이는 반아이들에게 일본어를 알려주기도 한다. 경주나 독립기념관에 현장학습을 갔을때 일본인을 만나면 홍실이는 통역을 하기도 하는 등 인기가 높다. 기 교사는 “우려와 달리 인종적인 문제를 극복한 좋은 사례”라고 말했다. 전북 장수군 장수초등학교 2학년 2반 김민수(9)군은 26명인 반에서 꼴찌다. 김군은 필리핀인 엄마를 둔 이른바 코시안이다. 김군은 언어발달이 늦어 글쓰기와 읽기가 너무 힘들다. 기본적인 국어가 달리니까 교과서는 물론 시험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엄마가 숙제 알림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준비물을 제대로 챙겨오지 못한 경우도 많다. 김군처럼 같은반에는 외국인 엄마를 둔 친구가 2명이나 더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매사에 소극적이고 자신감이 없다. 친구들간에 섞여서 잘 동화하지 못하고, 소그룹 학습때도 소외되기 일쑤다. 언어소통이 잘 안되다보니 친구들이 아예 처음부터 빼놓고 시작한다. 외모에서 오는 차이에다 언어장애 등으로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지금 김군의 처지는 평균성적이 50점도 채 안됐던 1년 전 보다 그나마 나아진 편이다. 박현희(28) 담임교사가 방과후 교실을 통해 3시간 동안 헌신적으로 지도해 주기 때문이다. 박 교사는 동화읽기를 통해 김군 등에게 국어교육을 집중적으로 시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받아쓰기는 약하다. 개인지도를 하기 전에는 아예 문장전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고 박 교사는 말했다. 박 교사는 반 전체학생 앞에서 김군에 대해 “외모가 다른 학생들보다 더 잘생기고, 외국인 엄마를 둔 관계로 영어도 더 잘한다”고 칭찬해줬다. 그랬더니 김군이 상당한 자신감을 갖게 되고 예전보다 훨씬 표정이 밝아졌다는 것이다. 박현희 교사는 “코시안 학생들은 언어습득이 늦기 때문에 방과후 특별한 국어교육이 필요하다”며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교사들의 관심 뿐만 아니라 칭찬과 격려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교과서에 우리 민족에 대한 언급은 5~6학년 고학년 과정에 나온다”며 “우리학교에는 고학년이 많지 않아 아직 배타적인 민족 차별 문제는 겪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사는 또 “코시안 학생은 동양인과의 결합으로 태어난 관계로 외모가 서양인과 다르게 확연히 구분이 잘 되지 않아 아이들끼리 인종적 차별 보다는 언어적인 문제로 갈등을 겪는 것 같다”며취학 전 언어·문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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