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센터 살인’ 대표 검찰 송치…“술 마신 뒤 피해자 행동에 불만”

대표와 피해자, 640㎖ 소주 페트 6병 나눠마셔
경찰 “계획적 범행 아냐…살인 고의성 인정”

7일 서대문경찰서에서 관계자들이 직원을 엽기적인 방법으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어린이 스포츠센터 대표 ㄱ씨를 검찰로 송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스포츠센터에서 직원의 신체 특정부위에 막대를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 스포츠센터 대표가 경찰에서 “음주 이후 피해자 행동에 불만을 품어 살해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서대문경찰서는 스포츠센터 대표 ㄱ씨(41)를 살인 혐의로 검찰에 구속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달 31일 자신이 운영하는 스포츠센터 20대 직원 ㄴ씨의 신체 특정부위에 약 70㎝ 길이의 플라스틱 막대를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막대가 ㄴ씨의 간 등 주요 장기를 건드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소견을 내놨다.

경찰 조사에서 ㄱ씨는 범행 동기에 대해 “왜 그랬는지 구체적인 기억은 나지 않는다”면서도 “음주 이후 피해자의 행동에 대해 불만이 쌓였고, 그로 인해 폭행한 뒤 살인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폐회로텔레비전(CCTV) 분석으로도 이러한 정황이 확인된다”고 밝혔다. 당시 ㄱ씨와 ㄴ씨는 640㎖ 소주 6병(페트) 등을 나눠마셨다고 한다. 일반 소주병 용량(360㎖) 기준으로 보면, 한사람당 소주 5병씩 마신 셈이다.

경찰은 ㄱ씨의 살해 행위를 우발적인 범행으로 판단하면서도 고의성을 인정했다. 경찰 관계자는 “계획적인 범행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당일 회식은 정상적으로 끝났다. 관계인 진술로 볼 때 두 사람의 관계가 나쁘지 않았던 것 같고, 휴대전화 포렌식에서도 특이사항은 없었다” 고 말했다. 이어 경찰 관계자는 “본인이 한 행위를 기억 못할 뿐이지 그런(막대로 찌른) 행위를 한 것 자체는 명백하다. 당연히 살인의 고의성이 입증된다”고 말했다.

앞서 ㄱ씨는 지난달 31일 새벽 2시께 “누나가 폭행당했다”고 경찰에 최초 신고하면서 ㄴ씨를 폭행했고, 출동한 경찰관이 오기 전에 범행에 사용한 막대를 빼 복도로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ㄱ씨가 막대를 빼 조명이 비추지 않는 복도 입구에 던져놨다. 출동한 경찰관이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ㄱ씨에 대한 프로파일러 면담을 진행해 결과를 분석 중이다.

당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 6명은 여성은 발견하지 못하고 남성인 ㄴ씨가 바닥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ㄱ씨가 ㄴ씨에 대해 “술 취해서 잔다”고 하는 말에 ㄴ씨를 흔들어보고 가슴에 손을 얹어본 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ㄱ씨가 술에 취해 횡설수설했고, 경찰 역시 별다른 범죄 정황을 발견하지 못해 철수했다. 그러나 ㄱ씨는 7시간 뒤인 아침 9시께 “자고 일어나니 직원이 의식이 없다”며 신고했다.

이후 ㄱ씨가 경찰에 체포되면서 경찰의 초동조치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ㄱ씨를 폭행치사 혐의로 조사한 뒤, ㄴ씨 사망 원인에 대한 국과수의 1차 소견을 토대로 살인죄로 혐의를 변경했다. ㄴ씨의 정확한 사망 시점은 국과수에서 부검이 끝난 뒤 특정될 전망이다. 이날 ㄱ씨는 “피해자와 유족에게 할말 없느냐” 등 취재진의 질문에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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