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재택치료를 받았던 고교생이 격리해제 나흘 만에 폐 혈관이 막혀 호흡을 못하는 증상(폐색전증)으로 숨졌다. 코로나19 감염으로 10대 확진자가 사망한 첫 사례다. 전문가들은 낮은 확률이지만 건강한 젊은층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며 현행 재택치료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고 짚었다.
광주시는 6일 “코로나에 감염돼 재택치료를 받고 격리가 해제됐던 고교 2학년 송아무개군(17)이 지난 4일 사망했다”고 밝혔다.
송군은 지난달 24일 코로나19에 확진돼 27일부터 자택격리에 들어갔으며 일주일이 지난 31일 격리 해제됐다. 하지만 송군은 격리 해제된 뒤에도 몸 상태가 좋지 않자, 지난 3일 새벽 재택치료를 관리했던 병원에 증상을 호소했다. 송군은 카카오톡을 통해 “저 혹시 머리가 너무 아프고 숨이 잘 안쉬어지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었고, 병원 쪽은 한시간뒤 “일단 먼저 산소포화도 측정해보세요. 머리 아픈 거는 두통인가요?”라는 답변을 보냈다. 이어 병원은 송군 상태가 위험하다고 판단해 119 구급차를 불러 대학병원을 찾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지난 3일 광주 한 대학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송군은 이튿날부터 상태가 나빠져 중환자실로 옮겨졌다가 4일 오후 6시43분께 숨졌다.
운동선수였던 송군은 지난달 19일 제주 전지훈련을 가기 전 받은 코로나19 사전 검사에서 운동부 관련자 중 한명이 오미크론 확진 판정을 받자 역학적 연관자로 분류됐다. 이어 실시된 코로나19 검사에서 송군 등 학생 21명, 교사 5명, 조리원 1명 등 27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홍상의 광주시 감염병관리과장은 “송군 학교 확진자 27명 중 전파자로 지목된 한명이 시 보건환경연구원 조사에서 오미크론 변이 확진 판정을 받아 나머지 26명도 오미크론에 감염됐을 것으로 보여 역학적 연관자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대학병원 쪽은 송군 사망원인을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폐색전증’으로 진단했다. 운동 선수로 별다른 기저질환이 없었던 송군은 지난해 10월 18일과 11월18일 코로나 백신 1·2차 접종을 완료했다. 방역당국은 송군의 정확한 사망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건강한 10대가 코로나19 감염으로 폐색전증이 생길 확률은 낮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폐색전증은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대표적인 합병증이다. 다리 등 정맥에서 생긴 혈전이 혈관을 타고 이동하다가 폐혈관을 막아 급격한 호흡곤란 등을 일으키는데 치료하지 않을 경우 사망률이 30%에 이른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국내 젊은 연령층에서 폐색전증이 확인된 첫 사례”라며 “오미크론이 경증이라고 하는데 델타 보다 경증이라는 것이지 감기 같은 질병이라는 뜻이 아니다. 유행규모가 커지면 병의 유무, 백신접종 유무를 떠나 누구든 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재택치료 격리 해제일이 10일에서 7일로 줄어든 것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격리 해제가 완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미생물학교실)는 “7일은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기간이 아니라 감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기간을 의미한다. 젊은 층은 일주일이 지나면서 바이러스가 뒤늦게 증식하는 경우가 있다”며 “건강 모니터링으로 그런 부분을 포착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젊은 층의 경우 산소포화도가 떨어져도 건강하다 보니 이를 잘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며 “재택치료키트가 제때 공급되고, 젊은층의 건강 모니터링도 충분히 이뤄져야 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정대하 장현은 임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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