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자 수습이 끝난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아파트 201동 붕괴사고 현장에서 9일 경찰, 고용노동부, 검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이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피해자 수습은 일단락됐지만, 피해자 가족들은 시공사인 에이치디씨(HDC)현대산업개발(현산)을 상대로 장기적인 투쟁을 예고했다.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화정 아이파크 201동 붕괴구간에서 콘크리트 시료를 채취하는 등 첫 현장 감식에 들어갔다.
화정 아이파크 피해자가족협의회(협의회)는 “먼저 현산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충분한 사후보상에 대한 약속이 확인될 때까지 장례를 비롯한 어떤 것도 하지 않고 현장 천막에 상주하겠다”고 9일 밝혔다. 협의회는 “만약 현산이 무책임하게 나온다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만천하에 파렴치함을 알릴 예정이다. 광주시와 서구청, 법률구조공단, 민간법률자문단 등과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합동분향소 설치도 연기될 예정이다.
앞서 정몽규 현산 회장은 지난달 17일 광주 사고 현장을 방문해 피해자 가족에게 사죄했었다. 협의회는 현산 현장소장 등이 경찰 조사에서 책임을 부인하는 상황을 보고 정 회장의 사죄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입장이다.
안정호 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는 “정 회장의 사과는 형식에 불과했다. 피해자가 모두 주검으로 수습된 만큼 현산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다시 하고 후속 조치를 약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서대석 서구청장은 “현대산업개발 아파트 신축공사 사업계획 승인권자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피해자 가족을 비롯한 이번 사고로 뜻하지 않게 이재민 생활을 한 인근 주민, 생업에 막대한 피해를 본 상인이 현대산업개발과 원만한 피해보상 협상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오후 3시부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국립재난안전연구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과 함께 첫 현장 합동 감식에 들어갔다. 경찰은 화정 아이파크 201동 붕괴구간인 23∼39층에서 콘크리트 시료 67개를 채취해 양생 불량, 재료 불량 여부를 살필 예정이다.
경찰은 현재 현산 현장소장과 감리, 콘크리트 타설 하청업체 대표 등 11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히는 동바리(임시지지대) 철거를 놓고 현산 현장소장과 하청업체 대표가 책임을 서로 미루고 있어 대질조사, 거짓말탐지기 조사 등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동은 충분히 증거가 확보될 때까지 철거를 미루고 현장 보존을 요청할 방침이다. 아파트 인허가를 내준 광주 서구청을 대상으로 직무유기, 인허가 관련 위법 여부도 들여다보고 있다.
김광남 광주경찰청 수사부장(경무관)은 현장 진입 전 언론브리핑을 열어 “어제 실종자 수습작업이 마무리된 만큼 소환조사, 전문기관 합동 현장감식 등을 통해 속도감 있게 수사를 진행하겠다. 붕괴에 책임 있는 관련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상응한 처벌이 되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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