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개발 사업자들의 편의를 봐주고 아들을 통해 수십억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4일 오후 영장실질심사 후 서울중앙지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수사팀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곤혹스러울 거예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갑자기 ‘집권하면 대장동 재수사하겠다’고 밝히면서 더 당황스러웠을 거예요. 그나마 다행인 건 ‘50억원 클럽’ 의혹 수사는 계속 진행하는 모양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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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한달가량 앞둔 지금, 검찰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를 지켜본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이같이 말했다. 그의 말처럼 대장동 의혹을 둘러싼 검찰 수사는 6개월째 여전히 진행형이다. 검찰은 그동안 핵심 인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과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 정민용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장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했다. 이들 ‘대장동 5인방’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양철환)에서 매주 월요일 재판을 받고 있다.
의혹만 무성했던 ‘50억원 클럽’ 수사도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애초 검찰은 ‘대장동 5인방’을 기소한 뒤 이렇다 할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4일 대장동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 등으로 화천대유로부터 25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을 구속하면서, 답답했던 수사에 혈을 뚫었다. ‘50억원 클럽’은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들에게 50억원을 받거나 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 유력 인사들을 말한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와 ‘정영학 녹취록’을 통해 곽 전 의원 외에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별검사,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등 6명 이름이 거론된 바 있다. 검찰이 최근 곽 전 의원의 신병을 확보하면서, 박 전 특검과 권 전 대법관 등 ‘50억원 클럽’을 향한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건이다. 다만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팀이 나머지 인사들의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곽 전 의원을 구속기소하는 선에서 ‘50억원 클럽’ 수사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대장동 사건을 둘러싼 또 다른 핵심 의혹인 ‘이재명 성남시’의 배임 의혹과 ‘윤석열 중수부’의 봐주기 의혹은 대선 전까지 풀지 못한 숙제로 남을 공산이 크다. 여야 유력 대선 후보가 관여된 의혹인 만큼 자칫 검찰의 수사 방향이나 발표가 정치적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특히 윤 후보가 9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집권 시 ‘대장동 사건 재수사’ 의지를 밝히면서, 수사팀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직전 검찰총장을 지낸 대선 후보가 현재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방향성을 암시하며 재수사를 거론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아가 역대 대선 과정에서 유력 후보들을 둘러싼 수사 전례에 비춰, 대선 전까지 검찰이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여당인 강삼재 신한국당 사무총장이 야당이던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 비자금 의혹을 폭로했지만,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은 “대선 전 수사 종결이 불가능하다”며 ‘수사 유보’를 발표한 바 있다. 2012년에도 대선 직전에 이명박 정부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이 일었지만, 검찰은 대선 이후로 수사를 미뤘고 2013년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었다.
손현수 법조팀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