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무마 의혹이 제기된 ‘성남시민프로축구단(성남FC) 후원금 사건’ 처리 과정에서 박은정 성남지청장과 갈등을 빚다 사직한 박하영 전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박 지청장과 충돌과정에서 검찰 내 이른바 ‘윤석열 라인’에 수사 무마 의혹 상황을 알리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전 차장검사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17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박은정 지청장은 박 전 차장과 성남에프시 사건 처리 과정에서 갈등을 빚던 상황을 수사일지 형태로 기록해 둔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들은 통상 민감한 사항을 수사할 때 사실관계와 지시사항 및 진행 경위 등을 수사일지로 남기는 경우가 많다. 책임 소재 등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박 전 차장은 박 지청장에게 보고했던 내용과 일시 등을 기록한 수사일지를 남겼는데, 박 지청장도 당시 상황을 기록한 별도의 일지를 남긴 것이다.
박 지청장의 수사일지에는 박 전 차장이 당시 사건 처리를 두고 갈등을 빚던 과정에서 관련 사실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검찰 내 측근에게 알리겠다고 말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찰 관계자는 “두 사람 의견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박 전 차장이 흥분해 관련 말을 했고, 이 때문에 박 지청장도 언성을 높인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전 차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박 전 차장은 <한겨레>에 “전혀 그런 (발언을 한) 일이 없었다. 윤 후보 측근이 누군지도 나는 모른다”고 했다.
성남에프시 의혹 수사는 2018년 6월 바른미래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제3자뇌물제공 혐의로 고발하면서 촉발됐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성남에프시 구단주로 있으면서 여러 기업으로부터 광고비 명목으로 160여억원을 받고, 이들 기업을 상대로 건축 허가를 내주는 등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3년3개월의 수사 끝에 지난해 9월 무혐의 결론을 내렸지만, 고발인 쪽이 이의를 제기하면서 성남지청으로 사건이 송치됐다. 지난달 25일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박 차장검사가 사의를 밝히면서 상급자인 박 지청장과의 갈등설에 이은 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졌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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