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사가 개인회생 사건을 처리하는데 필요한 권한을 일괄 위임받아 관련 서류를 작성하는 등 관행적으로 해 온 ‘포괄수임’ 행위는 변호사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최근 노무사의 산재 수사 관련 법률 상담을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판단하는 등 법조인접직역의 업무 범위를 엄격하게 판단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법무사 ㄱ씨에게 벌금 2천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ㄱ씨는 2010년 3월 서울 서초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한 의뢰인에게 수임료 120만원을 받고 개인회생사건을 맡은 뒤 신청서와 재산목록, 진술서, 변제계획안 등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했다. ㄱ씨는 이처럼 개인회생·파산 사건에서 의뢰인으로부터 법률사무를 포괄적으로 위임받는 방식으로 2010년 2월∼2016년 12월 386건의 사건을 수임해 약 4억5천만원을 벌었다. 변호사법은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금품 등 이익을 받고 대리나 법률상담 또는 법률관계 문서 작성 등 법률사무를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에서는 ㄱ씨의 행위가 변호사법의 ‘대리’ 행위에 해당하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은 “개인회생사건처럼 제출할 서류가 많고 내용이 비교적 정형화돼 있는 사건의 경우, 변호사법이 금지하는 ‘대리’에 해당한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2심은 ㄱ씨가 사실상 ‘법률 대리’를 한 것으로 봐 벌금 2천만원과 추징금 약 3억2천만원을 선고했다. 2심은 “ㄱ씨는 법무사 사무소를 운영하면서 의뢰인들의 개인회생 등 사건을 취급할 때, 사건 당 수임료를 책정해 받은 뒤 채권자목록 등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고 관련 통지도 법원으로부터 직접 받는 등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 문서 작성 등 제반업무 일체를 포괄처리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변호사법을 위반해 사건 신청 및 수행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실질적으로 대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대법원도 “변호사법의 ‘대리’에는 법률적 지식이 없거나 부족한 이를 위해 사실상 사건 처리를 주도하면서, 대리 형식을 취하지 않고 실질적으로 대리가 행해지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발생시키는 경우도 포함된다”며 원심을 확정했다.
한편, 대법원은 지난달 13일 산재 수사 관련 법률 상담 등을 하는 노무사의 암묵적 관행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당시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공인노무사 ㄴ씨 사건에서 “수사 실제 진행과정을 알아내 의뢰인에게 알려주거나 수사과정에서 진술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등 산업안전보건법을 벗어난 부분까지 상담했다면 공인노무사법에서 정한 직무 범위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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