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절도’ 전력 해군사관학교 응시생 불합격…대법 “신원조사 적법”

등록 2022-02-28 05:59수정 2022-02-28 08:08

해군사관학교 홍보영상 갈무리
해군사관학교 홍보영상 갈무리

정부부처들은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 등을 근거로 공무원 임용 예정자 등의 충성심·성실성·신뢰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신원조사를 한다. 국가정보원이 이를 맡아하는데, 장교 등 부사관 이상 임용 예정자의 경우 군사안보지원사령부(옛 기무사)가 위탁받아 하고 있다. 공무원 임용 예정자에 대한 신원조사는 법률상 근거가 없어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ㄱ씨는 2020학년도 제78기 해군사관학교(해사) 입학시험에 응시했다. 1차 필기시험에 합격한 뒤 2차 신체검사·면접 등을 치렀는데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2차 시험 대상자를 상대로 해사가 군사안보지원부대에 의뢰한 신원조사에서 문제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신원조사 결과, ㄱ씨는 2018년 블루투스 스피커 등(10만원어치)을 훔친 혐의로 기소유예 처분을, 2019년엔 오토바이 무면허운전(도로교통법 위반) 등 혐의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전력이 확인됐다. 해사는 “사관생도로 선발하기 부적절한 과실이 1년이 되지 않은 시점에서 총 2회에 걸쳐 반복됐다. 사관생도 신분일 경우 퇴교에 해당하는 과실이며, 사관학교 교훈과 사관생도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에도 부합하지 않는 과실”이라며 판단했다.

해사가 신원조사를 의뢰할 때 근거로 삼은 보안업무규정은 국가안보를 위해 공무원 임용 예정자에 대해 국가정보원이 신원조사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국방보안업무훈령 신원조사업무처리지침도 군인 선발을 심의할 때 신원조사 결과를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ㄱ씨는 이 신원조사가 법적 근거 없이 이뤄져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해사를 상대로 불합격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중범죄나 국가안보 관련 범죄도 아니며, 해사가 ‘금고형 이상 응시 제한, 기소유예는 불이익 없음’이라고 안내한 것도 소송 근거로 들었다.

1·2심은 ㄱ씨 손을 들어줬다. 해사가 상위법인 형실효법을 어겼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법에 근거한 신원조사는 국가보안 또는 국가안보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다. 재판부는 이 때문에 형실효법에서 신원조사와 별개로 사관학교 입학과 관련한 수사경력자료(소년부송치·기소유예 등) 조회·회보 규정을 따로 두고 있다고 봤다. 신원조사 제도 취지에 따라 국가안보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소년부송치·기소유예·공소권없음 등은 신원조사 요청이 들어오더라도 알리지 않도록 하고 있다는 취지다. 따라서 군사안보지원부대가 ㄱ씨에 대한 신원조사를 실시해 소년부송치·기소유예 내용을 해사에 알린 것은 형실효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원조사 제도는 오래 전부터 남용 폐해와 위험성이 지적돼 왔다”는 점도 짚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대법원은 “사관생도는 군 장교를 배출하기 위해 국가가 모든 재정을 부담하는 특수교육기관의 구성원으로, 입학한 날부터 준사관 대우를 받는 특수한 신분관계에 있다. 각군 사관학교는 충성심·성실성·신뢰성 등 자질이 우수한 사관생도를 선발할 책무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런 취지에 따라 형실효법은 사관생도의 소년부송치·기소유예 관련 수사경력자료까지 조회·회보 범위로 정하고 있다”며 형실효법과 그 시행령에 대한 하급심 해석이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해사는 기소유예 전력 등으로만 불합격 처분한 것이 아니라 ㄱ씨에 대한 기소유예처분 등이 지원일로부터 역산해 모두 1년이 안 되는 기간 내 이뤄졌다는 사정을 중히 고려해 이 사건 처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사관학교 쪽이 현저히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며 파기환송 이유를 밝혔다.

한편, 지난해 국가인권위는 해병대가 부사관 등을 선발할 때 신원조사를 통해 확인된 소년법상 보호처분 이력으로 부사관 지원에 탈락하는 사례를 두고 선발에 불이익을 주지 않게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