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서울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날 ‘오미크론 대응 학교 방역 추가 지원사항’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확산 억제’ 방역정책을 ‘고위험군 관리’로 전환함에 따라 당분간 확진자가 더 큰폭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한겨레>가 에스케이텔레콤(SKT)의 모바일 이동량 데이터와 중앙방역대책본부의 확진자 추이를 비교·분석한 결과 이동량 증가는 확진자 증가를 견인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이 때문에 3월 개학 이후 소아·청소년 확진자 비율이 더 큰폭으로 늘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3월 개학으로 소아·청소년 확진자 급증이 예상되는 만큼 백신 접종률이 낮은 소아·청소년 대면 진료 체계를 빨리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의 자료를 보면,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확진자 수는 13만8993명으로 전날과 견줘 633명이 줄었다. 지난달 10일 5만명을 넘어선 뒤 22일 17만명대를 기록하며 매주 하루 확진자가 두배로 뛰는 ‘더블링’이 계속됐지만, 주말 효과로 확진자 증가는 주춤한 상황이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이 정점에 이르는 3월 초~중순 최대 35만명의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현재 신규 확진자 4명 가운데 한 명이 만19살 미만(이하 모두 만 나이) 소아·청소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하루 5만~9만명의 소아·청소년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아·청소년 확진 비율 증가는 낮은 예방접종률 탓으로 분석된다. 방대본 자료를 보면, 소아·청소년 확진자 비중은 지난해 9월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다 10월부터 최대 확진자 연령균으로 자리잡았다. 이 시기는 18살 이상 성인과 소아·청소년의 접종률이 큰 폭으로 벌어졌던 시기와 일치한다. 12~17살은 지난해 10월18일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당시 성인들은 이미 1차 접종률이 91.5%, 2차 접종 완료율은 75.1%였다. 11월에도 성인 접종 완료율이 87.6%였을 때도, 소아·청소년 백신접종률은 1%에 못미쳤다. 그 결과 10만명당 하루 평균 확진자를 보면, 11월 1주차 0~9살은 4.8명, 10~19살은 6.3명에 불과했지만 12월 1주차엔 각각 10명, 9.6명으로 한 달 만에 두배로 급증했다. 이후 발생율은 급격히 상승해 2월3주차의 10만명당 하루 평균 확진자 수는 0~9살이 282.7명, 10~19살은 269.8명으로 300명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이혁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교수(진단검사의학과)는 “지금 같은 상황에 제일 감염에 노출되기 쉬운 사람들은 예방접종을 안 한 연령군이다. 미국도 오미크론 당시 전체 감염의 3분의 1이 아이들이었다”고 설명했다. 1일 현재 만12~19살 예방접종률은 1차 접종률 74.5%, 2차 접종률 71.8%, 3차 접종률 13.6%으로, 만11살 이하는 아직 백신접종을 시작하지 않았다.
소아 ·청소년은 백신 접종률은 낮지만, 전년 대비 이동량 은 평균을 크게 웃돌만큼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2월부터 올 2월까지 1년여 간의 모바일통신사 에스케이텔레콤(SKT)의 모바일 이동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9살 미만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10대 위주 집계 추정) 의 이동량 증가율은 지난해 11월 4주차부터 전체 이동량 증감 평균을 넘어섰다. 소아·청소년의 확진자 비율이 전체 평균을 웃도는 시점과 일치한다. 지난해 11월4주차부터 올해 2월까지 소아·청소년의 이동량은 전년 대비 1.2%~ 19.0 %까지 늘었는데, 전체 이동량 증감 평균은 -2.5%~12% 수준이었다. 이 기간 19살 이하 소아·청소년의 10만명당 하루 확진자 수는 평균 7.6명~ 282.7명 으로 전체 평균 6.8~155.7명보다 많다.
전문가들은 학교가 대면 수업을 시작하고 학원 집합금지 제한 등이 사라지면서 소아·청소년의 확진 비율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한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미생물학 교실)는 “학원·학교가 대면 수업을 하면서 이동량이 증가했다”며 “확진자 증가와도 관련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소아·청소년 감염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코로나19 정점이 새학기 시작과 맞물리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게다가 방역당국은 오미크론 중심으로 방역체계를 개편하면서 확산 억제 전략을 포기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대면수업이 시작되면 확진자가 늘 수밖에 없지만, 방역보다 진료에 무게를 두고 개학 이후를 준비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최영준 고려대 안암병원 교수(소아청소년과)는 “확진자를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방역에서 진료로 넘어갈 시기”이라며 “지금 소아·청소년 확진자가 열만 나도 진료를 받으러 병원에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아 외래 진료센터를 확대하는 건 물론 소아·청소년을 진료할 필수 인력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8일에야 소아 확진자들이 동네 병원에서 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소아 외래진료기관 모집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방역을 학교와 가정 자율에 맡기되 고위험군 소아·청소년 백신 접종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점도 대안으로 제기된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과)는 “방역 정책이 ‘확산 억제’에서 ‘피해 최소화’ 전략으로 전환됐기 때문에
감염을 억제하기 위한 동력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호흡기 증상이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등교를 하지 않게 하고 기저질환자나 시설에 입소한 고위험군 소아·청소년에겐 접종 기회를 빠르게 열어주는 것이 이들을 보호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