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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고객사 중대재해 유죄 1호 로펌이 될 수 없다?…로펌들 위헌소송 카드 만지작

등록 2022-03-02 11:29수정 2022-03-02 12:35

붕괴·매몰사고가 발생한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지난 2월3일 관계 당국의 합동 현장 감식이 이뤄지고 있다. 양주/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붕괴·매몰사고가 발생한 경기 양주시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지난 2월3일 관계 당국의 합동 현장 감식이 이뤄지고 있다. 양주/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산업재해 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대리하는 일부 주요 대형 로펌들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법원이 이들의 신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제청하면 헌재 판단이 나올 때까지 해당 재판이 멈춘다는 점에서 고객사가 중대재해법 1호 처벌 사례가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로펌들이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노림수로 활용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양주시에서 지난 1월29일 일어난 채석장 붕괴사고로 대표이사가 입건된 삼표산업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광장을 비롯해, 지난달 8일 판교 신축건물 엘리베이터 공사장 추락사고가 발생한 요진건설산업 자문을 맡은 화우는 이들 기업이 중대재해법 위반으로 기소되면,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로펌들은 “중대재해법 일부 조항은 모호하고 처벌이 과도하다. 이 법 위반으로 기소돼 적용 법 조항이 특정되면, 위헌적 요소가 있을 경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로펌들이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이유는 자신들이 대리하는 고객사가 중대재해법으로 처벌받는 ‘1호’ 기업이 되는 오명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름을 밝히기 꺼린 한 중대재해법 위반 사건 담당 변호사는 “지난 1월27일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산업재해로 노동자가 숨지는 중대재해 사건에 ‘중대재해법 입건 1호’ 등의 이름이 붙고 있다. 자신들의 고객사에 ‘중대재해법 처벌 1호’ 꼬리표가 붙는 것을 피하고 싶어하는 것이 대다수 로펌의 속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재판이 중단될 수 있으니 이는 소송 전략상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라고 덧붙였다.

위헌법률심판은 해당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를 헌재가 판단하는 절차다. 법원이 직권으로 또는 소송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 헌재에 위헌 여부를 심판해달라고 청구한다. 이럴 경우, 헌재 결정이 있을 때까지 해당 재판은 정지된다. 다만, 이런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법관들의 얘기다. 비수도권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변호인들의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려면 위헌성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일반적으로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은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인용할 경우 재판이 멈추는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점은 물론, 다른 판사들이 관련 사건을 판단할 때 영향이 갈 수 있는 점도 판사들이 고심하게 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정우준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로펌들이 재판 지연 전략을 쓰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는 ‘유죄 1호’ 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 고객사에 대한 처벌 회피나 처벌 지연 방안을 고심할 것이 아니라, 중대재해법 취지에 맞게 사업장 안전 확보에 필요한 사항을 자문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로펌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법률원의 박다혜 변호사는 “중대재해법이 새롭게 시행됐기 때문에 결국 판례를 쌓아 처벌 법규 등 개념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런 과정에서 법원이 (로펌 전략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는 점이다”라고 밝혔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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