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 강원 삼척 지방에 대형산불이 나흘째 이어진 7일 오전 금강소나무 군락지가 있는 경북 울진군 금강송면 소광리와 인접한 북면 둔천리 야산에서 산불 진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울진/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흙으로 잔불 잘 정리하셔야 돼요! 어제도 잔불 다 정리했는데 불이 다시 살아났어!”, “저쪽에 다시 불씨 되살아났어요, 얼른 물 가져와 물!”
7일 오전 10시40분께 경북 울진군 울진읍 북면 두천리 한 야산은 잔불 진화 작업에 나선 이들의 고함소리가 가득했다. 경북도청 등 울진군 인근 지자체 공무원 100여명은 이날 오전 9시30분께부터 금강송 군락지로 향하는 불길을 막기 위한 잔불 처리 작업에 나섰다. 여전히 식지 않은 산불의 열기에 삽과 끌개로 흙과 낙엽을 긁어내던 이들의 얼굴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지난 4일 오전 11시17분께 두천리 산154번지에 발생한 산불은 6일 오전 2247㏊ 면적의 금강송 군락지 보호구역이 있는 금강송면 소광리 방향으로 번졌다. 산불은 한때 군락지 500m 인근까지 번지며 산림청과 화재 진압 대원들을 아찔하게 했다. 금강송 사수 총력전에 나섰던 산림청 등은 이날 오전 방어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산림청 관계자는 “어젯밤 불길이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500m 근방까지 갔었다. 다행히 소광리 쪽 내륙으로 불던 바람이 반대편 바닷가 쪽으로 바뀌어서 위험한 상황은 넘겼다”며 “현재 산불 진화대원들이 소광리 방어를 위해 진화 작업에 한창이다”라고 말했다.
7일 오전 10시50분께 경북 울진군 울진읍 북면 두천리 잔불 처리 작업 현장. 경북도청 등 지자체 공무원들이 오전 9시30께부터 모여 잔불 처리 작업에 투입됐다. 박지영 기자
주불은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들이 소광리에서 진압 중이고, 군락지에서 약 6㎞ 떨어진 두천리 야산 잔불 진화 작업은 군락지로 불씨가 옮겨가는 것을 막기 위한 노력 중의 하나다. 진화 작업에 투입된 공무원 ㄱ씨는 “사흘째 아침부터 저녁까지 야산에 잔불을 끄러 다니고 있다. 오늘은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로 향하는 산불을 막기 위해 이곳으로 나왔다. 저기 바로 산 하나만 넘으면 소광리다”고 말했다. 공무원 ㄴ씨는 “물로 먼저 불을 잡고, 삽으로 흙을 퍼 아직 식지 않은 불길을 끄고 있다. 불에 잘 타는 낙엽을 끌개로 밑으로 빼내고 있는데, 바람도 불고 산 지대가 메말라 있어 잔불 처리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ㄷ씨는 위쪽에서 다시 피어난 불길을 가리키며 “우야노, 저기 꺼트린 불 다시 살아났네”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는 생태적 가치는 물론, 문화·역사적으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서재철 녹색연합 상근전문위원은 “금강송은 ‘소나무 중의 소나무’로 금강송 군락지는 조선 시대 때부터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었다. 왕들의 관들도 다 금강송으로 짰고, 지난 2008년 화재로 소실된 남대문을 복구할 때도 금강송을 썼다. 원래는 강원 남부·경북 북부 지역에 걸쳐 금강송 군락지가 형성돼 있었는데, 일제시대 때 일본이 대부분 수탈해 지금은 금강송면 소광리에만 보존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 위원은 “소광리 금강송 숲이 사라지는 건, 산림 자체뿐 아니라 우리 역사의 기록에서 국가 자산이 소실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7일 오전 경북 울진군 울진읍 북면 두천리 잔불 처리 작업 현장. 박지영 기자
7일 오전 10시50분께 경북 울진군 울진읍 북면 두천리 잔불 처리 작업 현장. 경북도청 등 지자체 공무원들이 오전 9시30께부터 모여 잔불 처리 작업에 투입됐다. 박지영 기자
울진/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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