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보신각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날 기념 37회 한국여성대회. 사진 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계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에게 구조적 차별을 해소하고, 선거기간 내놓은 여성가족부 폐지 등의 공약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비슷한 시각 윤 당선자는 첫 기자회견에서 “젠더 성별로 갈라치기한 적이 없다. 다만 집합적인 평등이니 대등이니 하는 문제보다는 지금 이제 법과 제도가 어느 정도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개별적인 불공정 사안들에 대해서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강력하게 보호하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여연)은 10일 낸 성명서에서 “구조적 차별을 인식하고 적극적 해결에 힘써야 할 책임이 윤석열 당선자에게 주어졌다”며 “성폭력 무고죄 신설과 여성가족부 폐지와 같은 공약은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고 했다. 여연은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등 27개 여성단체의 연합단체다.
여성단체들은 청년 여성들이 이번 대선에서 보여준 선택의 의미를 강조했다. 여연은 성명서에서 “2030 여성시민들이 성평등 정책의 후퇴를 막기 위해 선거 막판 강력하게 결집한 의미를 깊이 새겨야 한다”고 했다. 동시에 국민의힘과 당선자가 혐오 선동과 ‘젠더 갈등’을 이용한 점을 비판했다. 여연은 성명서에서 “정책 비전보다는 퇴행적이고 허구적인 프레임을 선거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며 많은 국민들을 실망시켰다”며 “윤석열 당선자와 국민의힘은 높은 정권 교체 여론에도 불구하고 1%도 안 되는 아주 근소한 표차로 20대 대통령을 선출한 민심의 의미를 잘 헤아리길 바란다”고 했다.
‘성폭력 무고죄 신설 및 처벌 강화’와 ‘여성가족부 폐지’와 같은 공약의 폐기도 강력하게 요구했다. 여연은 성명서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무고조항 신설’과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은 구조적 차별에 대한 몰이해에서 기인할 뿐 아니라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강화하고 용인하는 위험한 정책”이라며 “반드시 폐기되어야 한다”고 했다.
여연은 차기 정부의 성평등 정책에 대한 의무를 강조하며 여기에 필수적인 정책을 제안했다. 여연은 성명서에서 “대통령과 정부는 헌법적 가치에 따라 한 사람도 배제하지 않고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갈 책임과 의무가 있다”며 “차기 정부가 민주주의와 성평등 가치에 기반한 국정철학을 세우고 구조적 차별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했다. 또 여성가족부 기능 강화에 더해 “성차별과 폭력을 근본적이고 체계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실질적인 권한을 가진 컨트롤타워(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가))를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