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국회에 공천할당제를 지역구 의석에도 의무화하고, 공천 시 특정 성별이 전체 후보의 60%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라고 권고하기로 의결했다. 20대 대선 과정에서 ‘성별 갈라치기’ 논란이 일고 최근 윤석열 당선자가 여성할당제를
“자리 나눠먹기”라고 규정한 가운데 인권위가 정치권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과소 대표되고 있다는 판단을 내놓은 것이다.
인권위는 14일 열린 제4차 전원위원회에서 ‘성평등한 정치대표성 확보를 위한 권고의 건'을 논의한 뒤 “정치 영역에서의 성별 불균형 개선을 위해 정당법과 공직선거법 등 개정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국회의장에게 국회의원 선거 및 지방의회의원 선거 후보자 추천 시 공천할당제를 비례 의석뿐 아니라 지역구 의석에도 의무화하고, 특정 성별이 전체의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라고 권고했다. 현재 공직선거법은 기초의회·광역의회·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 50% 여성할당을 의무화하고 있다. 또 인권위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까지 후보 공천할당제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선거를 통해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당의 책무임을 천명하며 각 정당이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근거 규정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인권위는 각 정당 대표에게는 공직선거 후보자 추천 시 여성의 동등 참여를 보장하고 이행할 수 있는 방안 등을 당헌·당규에 명시하라고 권고했다. 또 주요 당직자의 직급별 성별 통계 구축 및 공개, 당직자·당원을 대상으로 성인지 의회에 대한 내용 교육, 여성 정치인 발굴 및 육성 방안 등 마련 등을 주문했다.
이번 권고는 위원장 포함 전체 위원 11명 가운데 9명 찬성·2명 반대로 가결됐다. 인권위 설명을 보면, 지난해 세계 평균 여성 의원 비율은 25.6%로 지역별로는 북유럽 44.5%, 아메리카 32.2%, 유럽(북유럽 제외) 29.1%, 아시아 20.8%였다. 우리나라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9.0%로 아시아 평균을 밑돌았다. 인권위는 “여성은 비례의석 차지 비율이 높고 지역구는 전체 의석의 11.5% 수준에 불과하다”며 “자치단체장 후보에 대한 공천은 현 할당제에서 제외돼 지자체장 여성 후보 공천율이 매우 낮고, 지자체장의 성별 불균형이 매우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여성인권 증진을 위해 여성 국회의원 수의 증가 등 정치대표성 확보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논의 배경을 밝혔다. 인권위는 “정치 영역에서 여성의 낮은 대표성은 여성 지위의 열악함을 나타내는 지표”라며 “여성 의원의 증가와 여성 관련 법률안의 발의 건수 증가가 비례관계에 있음은 다양한 연구에서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권고 안건은 지난해 말부터 인권위 상임위원회에 수차례 상정됐으나 의결되지 못해 전원위원회로 회부됐다.
윤석열 당선자는 지난 13일 인수위와 새 정부 내각 출범 과정에서 여성할당제를 도입하지 않겠다며 “국민을 제대로 모시기 위해 각 분야 최고의 경륜과 실력이 있는 사람을 모셔야지 자리 나눠먹기식으로 하는 것으로는 국민 통합이 안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