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6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지자 시민사회와 법조계에서 “범죄를 저지른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논의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통령 사면권에 대한 법적 제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다시 나온다.
참여연대는 15일 논평을 내어 “이명박의 사면 논의 자체가 매우 부적절하며, 범죄를 저지른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대통령의 권한을 남용해 뇌물을 수수해 징역 17년형을 선고받은 이명박에 대한 사면은 가당치 않다”며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수사를 지휘하던 윤석열 당선자가 이명박의 사면을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에서 수백억원을 횡령하고 삼성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2020년 10월 징역 17년형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12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한 문 대통령을 향해서도 “중대 부패범죄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겠다던 공약을 스스로 저버린 바 있다”며 “스스로 세운 원칙과 약속을 허무는 결정을 또다시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참여연대는 “이명박 사면은 국민 통합이 아니라 법과 원칙 적용에 예외를 두는 것이자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결정”이라며 “이명박 사면 논의는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계에서도 이 전 대통령 사면 논의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남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개혁입법특별위원장)는 “사면제도는 삼권분립의 원칙이나 사법제도의 신뢰를 흔들 여지가 있어 남용해선 안 된다”며 “군사독재에 저항하다 처벌받은 사람 등 과거 사법제도 운용이 잘못됐거나 우리 사회의 발전과 통합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시행해야 하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패 사건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면권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윤 당선자가 사면 논의를 꺼내면서 자신이 수사 지휘했던 사건을 부정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는 “본인이 수사 지휘한 사람을 사면 요청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본인이 수사한 것을 정치적으로 부정하는 것은 법감정으로도 받아들이기 힘들다. 이런 선례가 남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 사면권에 대한 법적 제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 변호사는 “대통령의 사면권에 대한 헌법상 권한은 존중하지만 법률적으로 일정 부분 제한할 필요 있다”며 “권력형 비위 내지 사회적 지탄을 받는 범죄에 대해서는 단호히 사면권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무를 이용해 사익을 취한 파렴치범을 사면하는 것이 국민 통합에 어떤 기여를 할지 대다수 국민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치적 거래가 된다면 이는 사면권 남용”이라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사면권은 용인될 수 있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행사할 수 있도록 법에서 기준을 세워야 하고, 추후 개헌 시 대통령 사면권을 헌법 자체에서 제한하는 근거 규정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이우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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