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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윤 당선자의 검찰권력 복원 선언…사회갈등 격랑 불가피

등록 2022-03-17 04:59수정 2022-03-17 15:30

공약으로 본 검찰 등 수사기관 변화 전망
여소야대 상황서 당장 변화는 어려울 듯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한겨레 자료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 한겨레 자료사진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사법분야 공약 주요 뼈대를 검찰권력 복원으로 잡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개혁 성과로 자평하는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수정·개편을 예고했다. 특히 공수처에 대해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아예 폐지할 수 있다는 경고를 한 상태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앞으로 최소 2년은 윤 당선자 의도가 전면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거대야당 협조가 필요한 법 개정이 어려울 경우 이를 우회해 대통령령으로 검찰권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방향과 그 성과에 대해서는 여러 평가와 비판이 있다. 그러나 민주화 이후 최대 권력집단이 된 검찰을 상대로 지난 20여년간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가 줄다리기 끝에 내놓은 첫 결과물이라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윤 당선자가 보완이 아닌 백지화에 무게를 둘 경우 또다시 검찰 문제가 임기 내내 발목을 잡으며 국정 동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윤 당선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위원으로 임명된 검찰 출신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 정부는 △권력형성범죄 등 5대 폭력범죄 엄단 △흉악범죄 예방 정책 수립 △소년범죄 대응 강화 등 국민 체감 정책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 △검찰-경찰-공수처 수사권 조정 등 형사사법제도 전반 개편을 약속했다. 국민들이 윤석열 정부의 법치, 공정, 민주주의 복원을 체감할 수 있도록 미래 5년 청사진을 그리겠다”고 썼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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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정권 한몸일 때는 수사지휘권 논란 없어

형사사법제도 전반을 언급했지만 윤 당선자의 관심은 단연 검찰에 꽂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윤 당선자는 지난달 직접 사법분야 공약을 발표하며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고 약속했다. 검찰청법 제8조는 ‘장관은 일반 사무에 대해서는 검사를,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는 윤 당선자의 경험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재인 정부 이전에 수사지휘권이 행사된 경우는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한차례밖에 없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차례, 박범계 장관이 1차례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당선자를 상대로 한 것이거나, 총장직에서 물러난 직후에 이뤄졌다. 윤 당선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3차례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지만 기준과 내용이 법과 원칙보다 정치적 압력과 보은에 가까워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됐다”고 말했다.

검찰이 정치권력의 의중을 헤아려 한몸처럼 움직였던 보수정권 아래에서는 수사지휘권 논란이 불거질 이유가 없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수사지휘권 폐지가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검찰권력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검경개혁소위원장인 김지미 변호사는 “수사·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이 수사지휘권이다. 이를 폐지하면 폭주하는 기관차의 브레이크를 없애버리는 것과도 같다”고 했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무소불위 검찰권을 견제할 수 있는 방안은 행정부 소속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가 사실상 유일하다. 수사지휘권이 있는 상황에서도 검찰권 오·남용 문제가 발생해왔는데, 이것마저 없앤다면 검찰 통제는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말했다.

검찰도 마냥 환영하는 것은 아니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부장검사는 “어떤 조직이든 민주적 방식의 통제는 필요하다. 그것이 헌법과 민주주의 원리에 맞다. 추미애 장관 당시 수사지휘권 행사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이유로 수사지휘권 자체를 폐지한다는 것은 과도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지미 변호사는 “수사지휘권이 정치적으로 검찰을 간섭하는 도구로 사용될 우려도 있지만, 이를 전면 폐지하는 방식은 또다른 차원의 문제다. 수사지휘권을 유지하되 행사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는 등 보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 당선자는 검찰 관련 예산편성권도 법무부가 아닌 검찰총장에 넘겨주겠다고 공약했다. 검찰이 독자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게 되면 ‘독립성’도 높아진다는 주장이다. 지금은 법무부가 검찰 예산을 편성한다. 이종수 교수는 “검찰을 법무부 외청으로 둔 것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전횡과 남용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다. 검찰에 독자적 예산편성권을 주겠다는 것은 상급기관인 법무부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독립성도 중요하지만 권력 기관에 대한 민주적 통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판식. 한겨레 자료사진
지난해 1월21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현판식. 한겨레 자료사진

수사권 조정·공수처 시행 1년…흔들기 대신 보완을

지난해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도 다시 검찰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손질될 가능성이 크다. 윤 당선자는 ‘송치 전 경찰의 자율적 수사’ ‘송치 뒤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통해 경찰이 수사해 결론을 내린 사건에 대한 검찰의 2차 수사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사건)만 직접 수사할 수 있다. 나머지 범죄는 경찰이 수사하고, 검찰은 수사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런데 윤 당선자는 경찰이 사건을 송치한 뒤에도 검찰이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당연히 넓어지게 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적 합의로 마련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안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검찰권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사권을 재조정하면 사회적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 어느 정도 경과를 지켜본 뒤 재조정 여부를 논의하는 것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도 해당 공약이 나온 뒤 낸 논평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 1년여에 불과해 혼선이 있지만, 이를 이유로 검찰의 직접수사를 다시 늘리겠다는 것은 기존처럼 검찰에게 대부분 수사권을 되돌려주겠다는 것”이라며 반대 뜻을 밝혔다. 윤 당선자가 지난달 직접 발표했던 이 공약은 국민의힘 대선 공약집에는 들어 있지 않다.

윤 당선자를 피의자로 입건했던 공수처 힘 빼기 작업도 임기 초반 집요하게 시도될 것으로 관측된다. 윤 당선자는 “검찰·경찰도 공수처와 함께 고위공직자 부패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무능하고 정치편향적인 공수처를 정상화하겠다”며 전면 개편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현행 공수처법은 공수처에 고위공직자 관련 수사 우선권을 부여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먼저 수사에 착수했더라도 공수처가 이첩을 요구하면 응해야 한다. 윤 당선자는 이를 폐지하고 검찰과 경찰에도 고위공직자 수사권을 주겠다는 취지다. 윤 당선자 쪽은 “공수처 출범 1년 동안 수사의 무능함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통신자료 조회 논란으로 국민적 신뢰가 바닥이다. 검경이 고위공직자 부패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해 공수처의 우월적, 독점적 지위를 폐지하고 자체 수사역량 강화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검찰권 견제라는 공수처 설립 취지가 유효한 만큼 전면 개편이나 폐지는 섣부르다고 지적한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는 그동안 검경 수사를 반성하는 차원으로 만들어진 수사기구다. 신생조직인 공수처가 설립 취지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보완책을 강구해야지, 전면 개편이나 폐지를 논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류병관 창원대 교수(법학)도 “공수처가 출범한 지 이제 1년이 조금 지났을 뿐이다. 검찰 견제 기구라는 출범 목표에 맞게 공수처의 효율적·독립적 운영 방안을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여소야대…법 개정 대신 시행령 개정 꼼수?

법무부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검찰청법 개정), 공수처 수사 우선권 폐지(공수처법 개정)를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반면 검찰 직접수사 범위 확대는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 개정으로도 가능하다. 검찰청법은 ‘검사는 부패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이에 따른 하위 시행령으로 6대 범죄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령(시행령)을 개정하면 검사의 수사개시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는 국무회의 의결만 거치면 가능하다.

법 개정 없이 검찰에 예산편성권을 줄 수 있는지는 불투명하다. 정부조직법에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사무를 관장하도록 하면서, 대통령령인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에 법무부 검찰국이 검찰 예산편성 및 배정을 맡도록 했다. 검찰청법에는 예산 관련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검찰청법을 개정해 검찰 예산편성권을 직접 명시해야 한다는 쪽과 법 개정 없이 대통령령만 고치면 된다는 쪽으로 의견이 나뉜다.

문제는 앞으로 윤 당선자의 검찰권력 복원 공약을 두고 정치권 충돌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여야는 21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장을 국민의힘이 맡기로 합의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인 오는 6월부터다. 법사위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박주민 의원은 “검찰총장 출신 윤 당선자의 공약은 검찰에 권력을 더욱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시대에 역행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 뜻을 분명히 했다.

‘검찰권 강화’…‘1차 수사 권한’ 줄어들라 경찰 예의주시

경찰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검찰권 복원 공약이 경찰 수사권 축소로 이어지지 않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경찰은 지난해를 ‘책임수사 원년’으로 삼았다.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6대 범죄로 제한된 가운데 1차 수사 종결권을 가지게 된 경찰은 국가수사본부를 발족시키고 수사기관으로서 전문성과 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해왔다.

수사권 조정 뒤 경찰은 수사를 통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면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고, 무혐의로 판단할 때는 사건을 자체 종결한다. 검찰은 송치 사건에 대해 직접 수사는 못한다. 추가 수사가 필요할 경우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한다. 불송치 사건에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될 때도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해야 한다. 보완수사·재수사 모두 1차 수사를 맡은 경찰이 다시 담당하는 체계다. 그러나 윤 당선자 공약이 이행될 경우 송치 뒤 수사는 사실상 검찰이 맡게 된다. 경찰이 가진 1차 수사 종결권이 사실상 축소되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명백하게 기소가 가능할 경우 검사가 예외적으로 송치명령을 하는 정도인데, (공약이 이행되면) 사실상 경찰의 수사 종결권이 무력화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수사권 조정 뒤 쌓이는 사건에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일선 현장에서는 다른 기류도 있다. 한 수사경찰은 “기존엔 검사가 직접 보완수사하던 것까지 경찰이 모두 맡게 되면서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졌고, 그만큼 민원인 불만도 커졌다”고 했다. 검찰 직접수사 ‘일부 복원’ 정도라면 수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경찰 인사 방향도 관심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남구준 국가수사본부장(치안정감) 후임으로 검찰 출신 인사가 올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은 판·검사, 변호사 경력 10년 이상 경력을 갖춘 외부인사도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사 출신 국수본부장 임명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 어떤 인물이 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윤 당선자는 임기 5년 안에 경무관 이상 경찰관의 20%를 순경 출신으로 채우겠다고 공약했다. 현장대응 강화와 인사 불공정 해소 취지다. 현재 순경 출신 경찰 고위직은 2.3%(129명 중 3명)에 불과하다. 다만 경찰 내부에선 경위 계급부터 출발하는 경찰대나 경위공채(옛 간부후보생) 출신과 달리 순경 출신은 경무관 바로 아래 단계인 총경이 됐을 때 이미 정년에 다다르는 경우가 많아 공약 이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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