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7년 5월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왼쪽).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20년 2월 서울고법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출석하러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오른쪽). 사진공동취재단, 한겨레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16일 회동이 불발된 원인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 등이 지목되는 가운데, 특별사면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면법 개정 등을 통한 통제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편에서는 오·남용 우려가 있는 대통령 특별사면권을 이참에 완전히 없애자는 주장도 나온다.
사면은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권한이다. 헌법 79조에는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사면은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으로 나뉜다. 일반사면은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하지만, 사면법에 명시된 특별사면은 대통령 권한으로 할 수 있다. 1948년 정부수립 이후 8차례 있었던 일반사면과 달리, 특별사면은 지난해 말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까지 모두 86차례 단행된 이유다. 일반사면은 1996년 이후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
절차뿐만 아니라, 두 사면의 대상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일반사면은 범죄의 종류를 정해 해당 범죄로 선고를 받은 모든 이의 형을 감형해주지만, 특별사면은 특정인을 선택해 형의 집행을 면제해준다. 특별사면이 근본적으로 공정성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물론, 특별사면에 앞서 대상자들에 대한 사면심사위원회 심사 과정이 있지만, 위원회가 자문기구에 불과해 대통령의 사면권을 반대하거나 막기 힘든 구조다. 특별사면을 두고 사회적 논란이 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헌법재판소가 규정한 특별사면의 목적은 사회통합과 갈등 조정이다. 헌재는 2000년 사면법 관련 헌법소원 사건을 심리하며 “사면권은 전통적으로 국가원수에 부여된 고유한 은사권이다. 법 이념과 다른 이념과의 갈등을 조정하고, 법의 이념인 정의와 합목적성을 조화시키기 위한 제도로도 파악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역대 특별사면 가운데 갈등을 조정하고, 잘못된 판결을 수정하는 긍정적 기능을 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치인과 재벌 총수들이 받아야 할 처벌을 면제해주는 사면이 남발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이다. 1997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와 협의해 “국민 화합”을 이유로 두 전직 대통령을 특별사면했지만, 이들의 사면은 분열과 갈등, 현대사 왜곡 시도로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말 단행한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두고서도 사회적 반발이 이어졌다.
사면권 행사에 제약이 없는 한국과 달리 주요국들은 최소한의 견제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다. 미국의 경우, 유죄 선고를 받은 날로부터 최소한 5년이 지나야 사면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칙으로 정해놨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공공 부패 범죄나 중대한 경제범죄를 범한 자에 대해서는 사면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1989년 이후 미 대통령 가운데 최소 건수의 사면(64건)을 했다. 최대 건수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396건이었다. 프랑스도 부정부패 공직자나 선거법 위반 사범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사면을 금지한다. 일본은 한국의 특별사면과 유사한 ‘개별은사’가 있다. 교도소장이나 수감자 본인이 이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유기징역의 경우 형기의 1/3에 상당하는 기간, 무기징역의 경우 10년이 지나야 한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을 견제하기 위해 사면법 개정 등을 통한 통제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종수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 앞의 평등’이라는 민주법치국가의 기본 전제에 맞지 않는 특별사면은 제한돼야 한다”며 “헌법에 대통령의 사면권이 명시돼 있지만, 특별사면권은 사면법에서 따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개헌을 하지 않더라도 사면법에 명시된 특별사면 조항을 지우는 방법으로 특별사면 제도를 손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사면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을 없애고 특별감형권만 남기는 방안이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특별사면권을 완전히 지우기 어렵다면 사면을 위한 최소한의 수형 기간을 법에 명시하는 식으로라도 통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단순 법 개정만으로 특별사면권을 제약하기는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헌 없이 헌법이 정한 대통령 사면권을 제약하는 입법은 힘들 수 있다”며 “현재로선 사면권을 남용하지 하지 않겠다는 대통령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부적절한 사면권 견제를 위한 여론의 감시도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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