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의원 “적절한 단어로 소통하지 못해 죄송” “장애인 출근길 시위 독선” 이준석 발언 사과 시민들에게도 장애인 권리 예산배정 노력 약속 지하철 시위 반대 장총조차 “이준석 사퇴하라” 시위 주도 전장연엔 시민들 #전장연후원 봇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28일 오전 서울 경복궁역 3호선 승강장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기 위해 출근 시간대 지하철 시위를 시작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날 시위에는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이 자신의 안내견과 함께 참석했다. 김예지 의원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대신해 사과하며 무릎을 꿇기도 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8일 아침 7시57분 시민들의 출근으로 분주한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 한켠에는 2005년 발매된 그룹 클론의 노래 ‘소외된 외침’이 흘러나왔다. “장애인 여러분의 집단 승하차로 인해 열차가 많이 늦어져서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아 이거 시민들을 볼모로 이렇게 해도 되는 거에요? 당신은 30분 늦을 뿐이잖아. 평생을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는데….”
2000년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를 겪게 된 클론의 강원래씨가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소외된 외침’ 가사를 적어올리자, 이날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주도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이 곡을 시위의 ‘배경음악’으로 썼다. 흐르는 노래 위로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이준석 대표에게 이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연일 장애인단체 시위를 “독선”과 “볼모” 등으로 공격하는 가운데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은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참여해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 이 대표의 무분별한 ‘장애인단체 때리기’에 당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 시위를 반대하는 장애인 법정단체까지 이 대표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지하철 시위를 주도하는 전장연에 대한 시민들의 후원도 줄을 잇고 있다.
시위에 참여한 김예지 의원은 이 대표의 장애인 시위에 대한 무분별한 질타를 사과하고, 갈등 조정을 통해 장애인 관련 예산 배정에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김 의원은 “저는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여러분과 어려움을 함께 공감하는 시각장애인”이라며 “헤아리지 못해서, 공감하지 못해서, 적절한 단어 사용으로 소통하지 못해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 정치권을 대표해서 사과드린다”며 무릎을 꿇었다. 이어 “인수위원회에 여러분 입장을 솔직하게 전달하고, 장애인 권리 예산을 바라는 대로 100%는 아니겠지만, 최선을 다해서 알리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시위에 동참한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시위에 많은 시민이 지지를 보내고 있다. 저도 정의당도 제대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장애인 관련 예산 배정에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장애계 내부 ‘갈라치기’까지 시도한 이 대표에 대한 역풍도 거세다.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전장연이라는 장애인단체의 투쟁 방식이 강력한 거지, 5개 (다른 장애인) 법정단체보다 대표성이 약하다”며 “그곳의 의견이 항상 옳은 것이라고 받아들이지는 않는다”며 전장연 시위를 ‘소수의 과격한 행동’으로 평가 절하했다. 이에 법정단체 중 한 곳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성명을 내어 “전장연의 시위 방식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문제 인식엔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이 땅에 장애인이 ‘살 수 있는’ 나라라도 되려면 장애인의 불평등과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과 싸울 수밖에 없다”며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도 이 대표를 찾아 장애인단체를 향한 비판 발언에 우려를 표했다. 이 의원은 <한겨레>에 “(이 대표 발언으로) 장애인-비장애인 간의 어떤 대립으로 고착화될 수 있고,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면 안 된다고 당 대표에게 우려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트위터 갈무리.
이 대표의 잇단 ‘장애인단체 때리기’에 시민들은 후원으로 장애인 시위에 대한 연대와 지지 의사를 보였다. 누리꾼들은 ‘#전장연후원’ 이라는 태그를 달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후원을 인증하고 있다. 한명희 전장연 활동가는 “정확한 금액은 제대로 집계해야 알겠지만, 이준석 대표가 최근 연달아 (전장연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시민 후원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전장연에 월 1만원 정기후원을 신청한 30대 여성 이라씨는 “다리 다쳤을 때도 지하철 이용이 힘들었는데 평소 휠체어 탄 장애인분들은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했었다. 마침 이동권 시위를 하는 단체에 대한 혐오 발언들을 보고 지지하고 싶은 마음에 후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이주빈 기자 yes@hani.co.kr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