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 차기 정부가 추진해야 할 핵심 인권과제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전달했다고 30일 밝혔다.
인권위는 이날 인수위에 제안한 차기 정부 10대 인권과제를 발표했다. 10대 인권과제는 △혐오와 차별의 극복과 평등사회 실현 △양극화와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사회안전망 확충 △기본적 인권의 보장 강화 △사회적 약자·소수자 인권보장 강화 △모든 일하는 사람의 노동인권 보장 △지능정보사회에서의 인권 보호 강화 △기후변화에 따른 인권문제 대응 △기업의 인권경영 정착 △군인 인권 보장 강화 △남북관계 발전과 국제협력을 통한 북한인권 개선 등이다. 인권위는 전날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이를 전달했다.
인권위는 첫 번째 과제로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의 조속한 제정과 혐오표현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정부 차원의 공식 선언 등 혐오·차별에 대한 정부 대응 강화를 주문했다. 인권위는 “여성, 노인, 장애인, 이주민·난민, 성소수자 등 대상의 혐오표현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며 “코로나 확산 과정에서도 혐오표현이 사회적 문제로 심화하고 있으나 이에 대응하는 정부 정책이 미흡하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윤석열 당선자는 후보 시절인 지난달 국제앰네스티의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한 질의에 ‘일부 추진’ 의사를 밝혔으나 구체적인 추가 의견은 제출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사회적 약자·소수자 인권보장 강화’ 과제에서는 장애인 이동권 강화 등 장애인 인권보호 증진을 촉구했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이어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전날 인수위와 면담한 뒤 시위를 중단하고 삭발투쟁을 시작했다. 단체는 요구안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촉구하고, 지하철 시위를 비난해온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게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공공부문 고위직 및 정치영역에서 여성 대표성을 강화하는 등 여성에 대한 구조적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는 당부도 있었다. 윤 당선자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여러 차례 말했고, 여성할당제를 “자리 나눠먹기”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심화한 양극화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의 돌봄 책임을 확대하고 기초생활 보장을 강화하는 등 사회안전망 확충도 과제로 제시됐다. 인권위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전·방역·의료지원 강화 등 감염병에 대한 인권 친화적 대응체계 강화도 주문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해 사형제를 폐지하고, 국가보안법을 폐지 또는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집회·시위의 자유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감염병 예방 등 위기상황과의 조화로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인권위는 설립 이후 지금까지 16대, 17대,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19대 대통령 취임 후 국정기획위원회에 차기 정부에서 추진해야 할 주요 인권과제를 제시해왔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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