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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인권위, 이예람 중사 사건 공군 법무실장 등 추가 조사 권고

등록 2022-03-31 15:45수정 2022-04-01 02:33

“공군 법무실장, 압수수색 전날 군사법원 직원과 통화”
법무실장 “압수수색과 무관한 직원과 안부전화”
군인권센터 회원들과 시민들이 지난해 10월20일 저녁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 ‘공군 고 이예람 중사 시민 분향소’를 설치했다.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군인권센터 회원들과 시민들이 지난해 10월20일 저녁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 ‘공군 고 이예람 중사 시민 분향소’를 설치했다.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성폭력 피해를 신고한 뒤 2차 가해를 겪다 지난해 5월 극단적 선택을 한 이예람 공군 중사 사건의 수사 관계자 일부를 추가 조사하라고 국장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31일 ‘군대 내 성폭력에 의한 생명권 침해 직권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전날(30일) 국방부 장관에게 권고한 내용을 발표했다.

인권위는 이 중사 사건과 관련해 국방부 검찰단의 공군본부 법무실 산하의 보통검찰부와 인권나래센터 압수수색 집행 전날인 지난해 6월8일 이 중사 사건 수사 책임자였던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이 군사법원 직원과 통화한 사실에 대해 추가 조사하라고 권고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해 7월 전 실장과 고등군사법원 군무원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군무원을 입건했으나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당시 군무원은 지난해 6월2일 전 실장에게 가해자 장아무개 중사의 구속영장 실질심사 진행 상황을 메시지로 알려준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만 받았는데, 인권위 조사 결과 이들이 압수수색 전날 통화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인권위는 또 이 중사가 근무했던 20비행단 군검사가 부대 관계자에게 피해자의 피해 상황 및 수사내용을 보낸 사회관계망서비스 관련 부분을 추가 조사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는 이 중사의 국선변호인과 그의 동기 법무관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이 중사의 신상정보를 공유하며 대화를 나눈 부분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하라고 권고했다.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해 10월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 등을 토대로 국선변호인의 관련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이날 군인권센터와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성명을 내어 “인권위가 새롭게 밝혀내 추가 조사를 권고한 혐의들에 대한 재수사를 국방부에 맡길 수 없음은 분명해 보인다”며 “조속한 특검 도입으로 여죄를 남김없이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단체들은 특히 압수수색 전날 전 실장과 군무원의 통화에 대해 “압수수색 직전에 법원 직원이 압수수색 대상에게 관련 사실을 누설했다면 이는 증거인멸 공모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라며 “검찰단은 버젓이 포렌식을 해서 통화기록을 확보해놓고도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도, 조사도 하지 않았다. 검찰단의 수사가 엉망이었음은 물론, 이 사건 수사가 전익수 실장을 보호하기 위한 ‘성역 있는 수사’였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셈”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군인권센터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군 법무실이 고등군사법원 군무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정보를 미리 받고, 증거인멸을 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전 실장은 “녹취록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인권위 권고에 대해 전 실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해당 직원은 압수수색 발부 업무와는 무관한 고등군사법원 재판연구부 소속”이라며 “평소 친분이 있는 사이로,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안부전화를 했던 것 같다. 압수수색과 관련해 대화를 나눈 사실은 없다. 법무실에 압수수색이 들어오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전 실장은 또 앞서 해당 직원이 불기소 처분을 받은 데 대해서는 “(해당 직원이) 장 중사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장 중사의 변호인이 어떤 취지로 얘기했는지를 간단히 써서 제게 보내준 것으로, 수사 상황과는 상관 없다”며 “혐의 자체가 인정되지 않아 불기소 처분된 것”이라고 말했다.

“군내 성폭력 사건 2차 피해 예방해야”

이날 인권위는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의 후속 조처 개선 방안도 권고했다. 인권위는 성희롱 성립 여부 판단에서 부대장의 재량권 일탈·남용을 예방하기 위해 외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성희롱 고충심의위원회의 자문 절차를 거쳐 판단하도록 ‘부대관리훈령'을 개정하라고 권고했다. 또 성폭력·성희롱 사건 은폐 및 회유를 예방하기 위해 지휘관이 사건 인지 후 적절한 분리 조치 및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노력 등을 충실히 이행한 경우 지휘 책임을 감면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인권위는 민간인 신분인 성 고충 전문상담관의 안정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부대 출입·상담 장소 확보 등 업무 환경을 개선하고, 성폭력 피해자 보호를 위해 국선변호사는 모두 민간 변호사로 선임하라고 권고했다.

이어 인권위는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의 2차 피해 예방을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인권위는 ‘부대관리훈령’, ‘국방 양성평등 지원에 관한 훈령’ 등에 2차 피해 정의 규정을 마련하고, 기소 전까지 가해자·피해자의 성명과 기타 개인 신상정보를 철저히 익명 처리하라고 권고했다. 또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비밀유지의무 위반 행위에 대한 징계양정을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훈령’에 별도로 규정하라고 했다. 성폭력 피해자의 신상보호를 위해 청원휴가 복귀 시점을 정기인사 시기와 일치시킬 수 있도록 청원휴가를 최장 180일까지 허용하도록 개선하라는 권고도 나왔다. 또 성폭력 피해자에게 적용되는 가해자·피해자 분리와 청원휴가 사용 등 2차 피해 방지 규정이 성희롱 피해자에게까지 확대 적용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라고 했다.

성폭력 예방을 위해서는 대대장급 이상 지휘관 복무계획보고 복무중점 사항에 ‘인권증진’ 항목을 추가하고, 해당 항목에 ‘성폭력 사고예방 활동’ 계획을 포함하라고 했다. 또 사관학교, 부사관학교 등 초급간부 양성 교육과정에 인권교육을 정규과목으로 편성하라고 권고했다.

이번 직권조사는 인권위가 지난해 8월 해군 성폭력 피해 부사관 사망사건 관련 진정을 유족 쪽으로부터 접수해 조사에 착수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인권위는 당시 군대 내 성폭력 문제가 잇달아 발생하는 상황을 고려해, 조사 대상을 해군 이외에 육·공군까지 확대하는 직권조사를 하기로 의결했다. 인권위는 “군인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는 도중에 성폭력 피해를 입고 소중한 생명까지 빼앗기게 된 것은 개인에 대한 인간의 존엄성 침해를 넘어 국가가 군인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 주지 못한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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