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가 100㎏대인 50대 아들을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70대 어머니가
1심 무죄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범행을 자백하긴 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같이 제3자가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엄상필)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ㄱ(78)씨에게 1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반항하지 않아 목을 졸라 살해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객관성이 떨어져 보인다. 범행동기도 어머니가 아들을 살해할 만한 동기로 많이 부족하다. 딸이 당시 상황을 그대로 진술하고 있는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ㄱ씨는 2020년 4월 인천시 미추홀구 집에서 아들 ㄴ(당시 51)씨 머리를 소주병으로 내리친 뒤 수건으로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ㄱ씨는 사건 직후 112에 신고한 뒤 범행을 자백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ㄱ씨는 조사 과정에서 ‘아들이 술만 마시면 제정신이 아니었다. 딸과 싸우기에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로 범행 동기를 밝혔다. ㄴ씨는 이혼 후 1년 가까이 여동생 집에서 얹혀살며 술을 마시는 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ㄱ씨는 재판 과정에서 거듭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지만, 1·2심 재판부는 모두 이를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소주병으로 머리를 때려 병이 산산조각이 났다고 진술했으나 피해자의 몸에 소주병 파편이 발견되지 않았고 △ㄱ씨가 범행 과정을 상세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 사건에 부합하는 증거는 딸의 진술밖에 없는데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려운 점 등을 들었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 자정이 넘은 시각에 딸이 자신들의 자녀들을 데리고 집을 떠난 점, 딸이 객관적으로 드러나는 사실관계와 다른 진술을 반복하는 점 등을 바탕으로 “피고인의 자백과 딸의 진술을 믿기 어렵고, 범행 당일 현장에 ㄱ씨와 ㄴ씨만 있었다는 사실이 진실인지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재판부는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진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피고인이 유일할 수 있다. 피고인에게는 ‘내가 아들을 죽였다’는 말을 법원이 안 믿어주고 딸을 의심하면서 무죄를 선고하는 것이 교도소에서 몇 년을 사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울 것”이라며 판결을 마쳤다.
▶관련 기사:
100㎏ 거구 아들 살해 자백한 70대 노모에 ‘무죄’…왜?
https://www.hani.co.kr/arti/area/capital/968343.html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