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국민의힘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 2월5일 제주4·3평화공원을 참배하고 위패봉안식을 찾아 오임종 제주4·3유족회장의 설명을 듣고 있다. 허호준 기자
“유족 보상은 얼마를 해드린다고 해도 충분치 않겠지만,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희생자와 유족들에게 합당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2월5일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제주4·3평화공원을 참배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양민이 무고하게 희생된 데 대해서는 그 넋을 기리고 추모하고 모든 국민이 함께 따뜻하게 보듬고 위로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도리이자 의무”라며 이렇게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4·3문제 해결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진보·보수 어느 쪽이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4·3문제는 부침을 겪었기 때문이다.
4·3문제 해결의 단초는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뒤 2000년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제정이었다. 이 법에 따라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10월15일 <제주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가 확정됐다. 역대 정부 가운데 과거사와 관련해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와 보고서 제출은 이때가 처음이다. 노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같은 달 31일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사과하고, 2006년 4·3 추념식에 대통령으로서는 처음 참석해 재차 사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가운데 4·3 추념식에 가장 많이 참석했다. 70주년이던 2018년 추념식을 비롯해 2020년과 2021년 추념식까지 세차례 참석해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2021년에는 “정부는 한분 한분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배상과 보상을 통해 국가폭력에 빼앗긴 것들을 조금이나마 돌려드리는 것으로 국가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약속했고, 이행 단계에 이르렀다.
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은 당시 4·3 유족들의 거듭된 요청에도 추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보수세력들은 ‘4·3 흔들기’와 역사왜곡 시도 등을 이어가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 2월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때 제주4·3평화공원을 방문해 방명록에 ‘무고한 희생자의 넋 국민과 함께 따뜻하게 보듬겠습니다’라고 적고 있다. 제주4·3평화재단 제공
하지만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나 ‘4·3 공약’은 별 차이가 없었다. 윤 당선자는 제주지역 8대 공약 가운데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다섯번째 공약으로 내걸었다.
희생자에 대한 보상은 물론 △고령 유족 요양시설 입소 지원 △4·3유족회 복지센터 건립 △트라우마 치유사업 지원 △4·3추모제와 기념사업의 범국가적 문화제로 승화 등이 담겨 있다. 특히 쟁점이 되는 ‘가족관계 특례조항’을 신설해 합리적인 보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4·3 당시 혼인이나 출생, 사망 신고를 사실과 다르게 한 경우가 많아 가족관계를 정정하지 않으면 희생자 유족(친생자)이면서도 보상금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 문제 해결을 공언했다.
윤 당선자는 3월8일 제주에서 한 마지막 유세에서 이렇게 말했다.
“4·3은 대한민국이 인권을 중시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냐, 아니냐를 결정짓는 문제다. 대한민국의 국격과 헌법 정신을 위해서도 과감하게 검토하고, 유가족과 도민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하겠다. 윤석열은 정말 다르구나(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
문재인 정부가 디딤돌을 놓은 4·3 희생자에 대한 보상과 추가진상조사 등 과제를 넘겨받은 윤석열 정부가 제주도민들에게 약속한 ‘4·3 공약’이 얼마나 이행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한편,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열린 제74주년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참석했다. 보수 정당 출신 대통령이나 당선자가 4·3 추념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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