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국 변호사(왼쪽에서 네 번째) 등 노동·산재 사건을 주로 맡아온 변호사들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TF의 편향적 구성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권 변호사 제공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가 꾸린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대응 티에프(TF)를 두고 일부 변호사 회원들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협회가 기업사건을 주로 수임하는 대형로펌 등의 변호사를 중심으로 티에프를 꾸린 데다, 구성원이 편향적이고 공모방식이 불투명하다는 이유에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권영국 변호사 및 노동·산재 사건을 주로 맡아온 변호사 13명은 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변회의 중대재해법 티에프 구성을 규탄했다. 권 변호사 등은 “중대재해법은 법의 부당성을 제기하는 기업과 법 집행을 위해 노력하는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다. 서울변회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회원들에게 투명하고 공개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편향적으로 티에프를 구성·운영하려 하고 있다”며 티에프 해체를 촉구했다.
서울변회는 지난 2월9일 “법률의 주요 쟁점을 정리하고 관계부처에 의견을 제시하겠다”며 중대재해법 티에프를 발족했다. 모두 21명으로 꾸려진 티에프에는 정원진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를 위원장으로 김앤장·태평양·세종·율촌·대륙아주 등 10대 로펌 변호사들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중대재해팀을 꾸려 기업 자문에 나선 중견로펌 변호사들도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21명 중 절반가량인 9명은 현직 서울변회 집행부 소속이다. 서울변회는 티에프를 출범 이후인 2월21일 ‘티에프 위원을 모집한다’며 회원을 상대로 공개모집에 나섰지만, “지원자가 너무 많다”며 지난달 28일 신청회원들을 티에프 회원이 아닌 자문위원에 위촉하겠다고 밝혔다.
티에프 구성 문제를 지적하는 변호사들은 공정성을 띠어야 할 변호사단체가 기업 편향적인 의견제시를 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티에프 위원은 유관기관에 보낼 중대재해법 관련 의견서를 직접 작성하지만, 자문위원은 이 과정에서 단순 의견제시만 할 수 있다고 한다. 이들은 “티에프를 구성하는 변호사들이 소속된 법무법인은 대부분 중대재해법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위헌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언론에 소개된 법인들이다. 면면을 볼 때 티에프가 제기할 내용이 기업의 입장을 두둔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 명백해 보인다”며 “티에프를 비공개로 구성하고 공모에 지원한 회원을 당사자 의사와 무관하게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는 행위는 반대 입장을 가진 회원들을 티에프에서 배제하기 위한 봉쇄조치라는 의혹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서울변회 쪽은 “공모를 통해 위원을 뽑을 예정이었으나 400명 이상이 지원해서 모두 위원으로 위촉할 수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공정성 논란이 이는 것을 놓고서는 “티에프는 서울변회 위원회규칙을 준용해 (티에프 위원을) 추천을 통해 구성해왔다. 수십년간 동일하게 진행해온 통상적 절차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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