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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윤석열 정치 참여’ 때는 조용하던 게시판이…검찰 ‘선택적 반발’

등록 2022-04-10 17:33수정 2022-04-11 02:15

검찰 수사-기소 완전 분리 추진에
내부게시판에 조직적 반대 댓글
윤 당선자 정치 참여, 중립성 토론 때는 ‘조용’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앞에 게양된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청사 앞에 게양된 검찰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검찰 수사-기소 완전 분리 입법에 반발하는 검찰의 일사불란한 조직적 움직임과 언론대응을 두고 “역시 검찰답다”는 평가가 정치권과 관가에서 나온다. 인사를 두고 반목하는 검사들도 검찰 조직과 권한을 지킬 때는 ‘검사동일체’로 똘똘 뭉친다는 것이다.

지난 8일 오전 7시30분께 검찰 내부게시판 이프로스에 권상대(사법연수원 32기)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의 글을 시작으로 수사-기소 완전 분리에 반대하는 검사들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이 바뀐 바로 다음날 아침부터다. 2시간 뒤인 오전 9시30분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이복현(32기)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이 ‘검수완박’에 강하게 반발 못하는 검찰 수뇌부를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로 비유하는 글을 올렸다. 오전 9시36분에는 강수산나(30기) 인천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이 “범죄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어렵게 함으로써 범죄자가 자유로이 활보할 수 있게 하는 법안 제정이 그리 시급한 일인지 묻고 싶다”는 글을 올렸다. 오전 11시30분께에는 노정환(26기) 대전지검장이 조선 연산군 때 감찰 업무를 담당하던 사헌부가 폐지된 일을 써서 올렸다.

검찰 내부망에 올라온 글들에는 제주지검 이동언(32기), 인천지검 배문기(32기) 등 각 검찰청 선임검사인 형사1부장 등을 비롯한 검사들이 많게는 수십개씩 댓글을 달았다. 보통 선임검사들은 검찰 관련 사안이 있을 때 해당 검찰청 검사들의 의견을 취합하는 역할을 맡는다. 댓글에는 “고생 많으시다” “이런 입법은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다” “나라 지키는 게 검사고, 검사가 나라 지키는 길이 수사니, 우리는 우리의 길을 묵묵히 나아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등 댓글이 달렸다. 검찰은 8일 오후에 고검장회의, 법무부 검찰국 검사 회의에 이어 11일 전국검사장회의를 여는 등 조직적으로 반대 여론을 모아가고 있다.

이런 ‘뜨거운 반응’은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논의해 보자는 글이 검찰 내부게시판에 올라왔을 때와는 사뭇 다르다. 박철완 법무연수원 용인부원장은 지난달 “검찰 내부에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토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올렸지만 별다른 반향은 없었다. 박 부원장은 지난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직을 내던지고 대선 출마에 나섰을 때도 내부게시판에 “전직 총장이 어느 한 진영에 참여하는 형태의 정치 활동은 아무리 생각해도 법질서 수호를 위한 기관인 검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성에 대한 국민적 염원과 모순돼 보인다”는 글을 올렸지만, 이번 같은 검사들의 반응은 없었다.

검찰은 과거에도 ‘조직’이 위협받을 때마다 집단행동으로 대응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3년 당시 김각영 검찰총장보다 11년 후배인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임명하며 “지금의 검찰 수뇌부를 신뢰할 수 없다”고 하자 검사들은 “조직 문화를 존중해달라”며 들고 일어섰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검찰 관계자는 “과거 검찰의 행적을 보면 지금 잇따라 올라오는 검수완박 반대 글도 일종의 윗선 발 관제대모가 아닌지 의심이 든다. 검찰의 권한 오남용으로 반성이 필요할 때 이 정도의 움직임을 보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검수완박의 적정성을 떠나 검찰 권한이 위협받을 때만 검사들이 집단행동을 벌이니 이익집단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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