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과 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논란이 뜨겁다. 더불어민주당 일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안에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논의마저 거부하고 있다. 기가 막히는 건 ‘집단행동’이나 다름없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검찰의 행태다. 아무리 자신들의 이해가 걸렸다고 해도, 엄연한 정부 조직의 공무원으로서 도를 한참 넘어섰다.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윤석열 당선자 모두 비판받을 소지가 있다. 윤 당선자의 대통령 취임 이후 거부권 행사가 예상된다는 게 민주당의 ‘속도론’의 근거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권한을 분산하고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다. 그러나 당 안에서는 현실성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문재인·이재명 지키기’라는 일부의 목소리도 명분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경찰 비대화 등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대책이 필요하다. 물론 더 큰 비판을 받아야 할 쪽은 윤 당선자다.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다시 확대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퇴행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이 수사·기소권 완전 분리를 서두를 수밖에 없도록 원인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윤 당선자의 이런 태도와 수사·기소권 분리에 대한 검찰의 집단반발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다. 검찰총장에서 대통령으로 직행하는 윤 당선자가 검찰 권한을 크게 강화하겠다고 공언하는 마당에 검찰이 입법부에 압력 집단 노릇을 하겠다고 나서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대검찰청은 물론 일선 지검들까지 나서 서슴없이 입장을 내는 모습은 ‘무력시위’나 다름없다.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은 ‘검·언 유착’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 전·현직 법무부 장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다시는 이런 짓을 못 하도록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현직 검사의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검찰의 기고만장한 행태는 ‘검찰공화국’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민주당의 수사·기소권 분리 강행에 명분을 제공해, ‘협치’를 내세우는 새 정부에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윤 당선자는 지난 9일 ‘검수완박’ 논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법무부와 검찰이 알아서 할 일이고, 난 국민들 먹고사는 것만 신경 쓰겠다”고 답했다.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