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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수완박’ 강행 움직임에 검찰 조직적 반발…윤석열 당선에 힘 받은 듯

등록 2022-04-08 21:04수정 2022-04-09 01:16

전국 고검장들 “성급 추진에 심각한 우려”
대검 “시행 1년 수사권조정 안착이 우선”
지검들도 “국민 피해 우려” 반대 뜻 모아
대검, 11일 오전 전국 지검장 회의도 개최
대검 전경.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대검 전경.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추진 움직임에 검찰이 조직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정권 교체를 한 달가량 앞둔 상황에서 여권의 수사·기소 분리 드라이브에 일선 검사들에서부터 고검장, 검찰총장까지 일제히 반기를 든 것이다. 검찰 개혁을 추진해 온 여당과 검찰이 정권 교체기에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파장이 예상된다. 검찰총장 재직 시절 여권의 ‘검수완박’ 움직임에 반발했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입장 표명에 따라 전선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은 이날 오후 5시부터 3시간10분가량 김오수 검찰총장 주재로 전국 고검장 회의를 열어,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 움직임에 반대의 뜻을 모았다. 대검은 이날 회의 뒤 입장문을 내어 “고검장들은 검찰 수사기능 전면 폐지 법안 추진에 반대하는 대검 입장에 깊이 공감하며,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현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또한 “형사사법체계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법안이 국민적 공감대와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정치적 차원에서 성급하게 추진되는 점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으며, 어떠한 경우에도 (검찰 수사권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검찰개혁 논의가 반복되고 있는 이유와 관련해서는 “검찰 스스로 겸허히 되돌아보고,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의 실효적 확보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여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는 김 총장과 박성진 대검 차장검사, 이성윤 서울고검장, 김관정 수원고검장, 여환섭 대전고검장, 권순범 대구고검장, 조재연 부산고검장, 조종태 광주고검장, 조남관 법원연수원장이 참석했다. 대검 주요 간부들 가운데 예세민 기획조정부장과 권상대 정책기획과장, 박공우 사무국장도 회의에 배석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민주당의 ‘검수완박’ 추진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는 민주당 움직임에 반대하는 글과 함께 검찰 지도부의 책임론을 제기하는 글도 올라왔다. 일선 지방 검찰청 곳곳에서도 회의를 열어 반대 의견을 밝혔다. 대구지검 및 산하 지청 검사 150여명은 이날 화상회의를 연 뒤, ‘검수완박’ 방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검경수사권 조정 등)새로운 제도가 시행된 지 1년여밖에 되지 않아 실무상 혼란이 큰 상황에서 또다시 신중한 검토 없이 국가 형사사법제도가 개편되는 경우 국가 범죄대응 역량이 크게 저하되고, 국민들이 피해를 입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수원지검도 일반검사 회의를 열어 ‘검찰 수사기능 폐지 법안’ 강행에 우려를 표했고, 인천지검은 간부들이 나서 “검수완박 입법 추진 소식을 접하고 현장 실무를 담당하는 공직자로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반대 입장을 냈다.

김오수 총장도 나섰다. 김 총장과 대검은 이날 고검장 회의가 열리기 두 시간 앞서 ‘검수완박’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70여년 동안 시행해온 형사사법 절차를 바꾸면 극심한 혼란이 우려되고, 지난해부터 시행한 검·경수사권 조정 안착이 우선이라는 이유에서다. 대검은 입장문에서 “정치권의 검찰 수사기능 전면 폐지 법안 추진에 반대한다. 현재 시행 중인 개정 형사법은 1년3개월이라는 장기간 논의를 거치고 패스트트랙 절차를 밟는 등 지난한 과정을 통해 입법됐으나, 시행 후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러 문제점이 확인되어 지금은 이를 해소하고 안착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했다.

이처럼 검찰이 조직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은 정권 교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검·경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을 강하게 추진해 온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는 검찰이 대놓고 반대 의견을 내지 못하고 숨죽이고 있었다. 하지만 여권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등 검수완박 움직임에 반발해 지난해 3월 검찰총장직을 던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로 정권 교체가 이뤄지면서 분위기가 달라진 것이다. 수도권 지역 검찰청의 한 간부는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한 검찰개혁에 누적된 불만이 있는 상태에서 정권교체 한달 앞두고 민주당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검찰 내부 반발이 터져 나온 것이다. 검찰 입장을 잘 알고 있는 윤석열 당선자가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내부에서는 이제는 ‘할 말을 하겠다’는 분위기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대검은 오는 11일 오전 전국 검사장 회의를 열어 검수완박 관련한 정치권 움직임에 대한 대응 방안과 고검장 회의에서 뜻을 모은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 확보 방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대검찰청이 ‘검수완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데 대해 "나는 국민들 먹고사는 것만 신경 쓰련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윤 당선자는 “ 나는 검사 그만둔 지 오래된 사람이고, 형사사법제도는 법무부하고 검찰하고 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은 지난 7일 민주당 출신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법제사법위원회로 옮기고, 법사위 소속이던 박성준 민주당 의원을 기획재정위원회로 보내는 사·보임을 했다. 이를 두고 검찰 내부와 국민의힘 쪽에서는 정권교체 직전 민주당이 ‘검수완박’에 필요한 법안을 추진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이 안건조정위원회 인적 구성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법은 상임위원회에서 법안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경우, 안건조정위원회를 꾸려 최장 90일 동안 법안을 심사하게 하고 있다. 양 의원 보임 전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는 민주당 3명, 국민의힘 3명 동수로 꾸려야 했으나, 무소속인 양 의원이 보임하면서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꾸려지게 된다. 사실상 민주당은 양 의원까지 네 자리를 차지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셈이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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