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20 민주노총 총파업 대회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경찰에 의해 광화문 일대가 봉쇄되자 서대문 사거리에 기습적으로 집결해 집회를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서울 도심 집회를 금지한 서울시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집행정지 신청이 12일 법원에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법원은 집회 장소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사무실 인근 한 곳으로 제한하고, 집회시간도 1시간만 허용하는 등 집회 범위를 대폭 축소했다. 민주노총은 법원의 결정에 반발하며 집회를 강행할 뜻을 내비쳤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민주노총이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사건에서 “피신청인(서울시장)이 지난 8일 신청인(민주노총)에 한 집회금지 통보 처분은 본안 사건 판결 선고 때까지 효력을 정지한다”고 이날 결정했다. 재판부는 “신청인은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해 집회를 개최할 기회를 상실함으로써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게 되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집회를 전면적으로 허용할 경우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며 집회 허용 범위에 제한을 뒀다. 재판부는 △집회 일시는 13일 오후 1~2시로 하고, 장소는 경복궁 고궁박물관 남쪽 인도 및 1개 차로로 할 것 △참석 인원은 299명 이내로 한정 △다른 공간과 집회 장소가 명백히 분리돼야 하고, 집회 참석자들은 간격 2m 이상 거리를 두고 케이에프(KF)94 마스크를 착용할 것 △일반 보행자와 접촉하지 않고, 집회가 종료되면 차례대로 해산할 것 등을 명시했다.
앞서 서울시는 민주노총이 인수위 사무실 인근인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일대와 광화문, 여의도 등 도심에서 오는 13일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하자 지난 8일 집회금지를 통보했다. 서울시는 ‘쪼개기 집회로 신고한 뒤 한 장소에 대규모 인원이 모일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19 확산 우려 등을 들어 집회를 금지했다. 민주노총은 “프로야구와 축구 경기가 관중 제한 없이 열리는데 유독 집회·시위에 대해서만 엄격한 제한을 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경찰은 차벽 설치 등의 방식으로 집회에 대응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날 입장문을 내어 “민주노총 결의대회가 오후 3시로 예정돼 있는데 한시부터 두시까지 한 시간 허용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법원이 일부 인용한 집회 장소도 민주노총이 한 달에 걸쳐 신고를 마쳐 이미 집회가 허용된 지역”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애초 계획대로 13일 오후 3시 조합원들과 함께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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