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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오수 총장, 예상보다 빨랐던 사의표명…왜?

등록 2022-04-17 18:23수정 2022-04-17 18:43

대국민 여론전 마지막 수단으로 ‘사퇴카드’
청와대 면담 거절당한 뒤 운신폭 좁아져
현정부 마지막 총장이 여당안 반발 사퇴 모양새로
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 추진의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지난 15일 국회에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오수 검찰총장이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 추진의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지난 15일 국회에 들어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등 국민의힘 쪽이 사퇴를 압박할 때도 ‘법과 원칙에 따라 임기를 지키겠다’고 한 김오수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에 반발해 17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것은 더는 직무 수행을 이어가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청한 면담이 사실상 거부된 것도 김 총장이 사퇴 결심을 굳힌 요인으로 꼽힌다. 1년 넘게 임기가 남은 문재인 정부 마지막 검찰총장이 민주당 법안에 반발해 ‘사퇴 카드’를 빼 들면서, 차기 윤석열 정부로선 ‘불편한 동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등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 됐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총장이 대국민 여론전의 마지막 수단으로 사퇴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풀이가 나온다.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사퇴하면 사후적 대응에 그치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사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한 검찰 고위간부는 “총장 사퇴는 사실상 기정사실로, 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국회 통과 이전이냐, 이후냐의 선택지만 있었을 뿐”이라며 “법 통과 뒤 직을 던지면 국민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하니,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에 선제적으로 사퇴 카드를 쓴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가 김 총장의 면담 요청을 거부한 것도 그의 사퇴 시기를 앞당기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통령 면담도, 대통령 거부권도 기대하기 힘들어지면서 검찰총장으로서 운신의 폭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앞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5일 기자들을 만나, 김 총장의 대통령 면담 요청에 대해 “지금은 이 문제(검찰 수사권 폐지)에 대해 국회가 논의해야 할 ‘입법의 시간’이라는 점을 여러 차례 말한 바 있다. 그것으로 답변을 대신하겠다”며 여당인 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 추진에 힘을 실은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한 점 역시, 김 총장의 이번 선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김 총장이 국회를 찾아가 연일 설득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윤 당선자가 한 검사장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해 민주당의 ‘검수완박’ 법안 강행 의지에 기름을 부으면서, 김 총장으로서는 민주당 설득 작업에 무력감을 느꼈을 수 있다”고 짚었다.

후배 검사들이 제기한 지도부 책임론도 조기 사퇴 배경으로 꼽힌다. 최근 사의를 표명한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는 “나카무라 스미스” “모래구덩이에 머리를 처박는 타조” 등의 표현을 써가며 김 총장 등 검찰 지휘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이에 김 총장은 주변에 “검수완박에 대응하면서도 다른 사람에게 상처 주는 말이나 행동은 안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고검장, 지검장에 이어 평검사들도 오는 19일 대검찰청에서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를 열어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 추진에 대응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총장의 사의 표명에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김후곤 대구지검장은 “결정을 존중한다. 남은 검사장들은 법 통과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아쉽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간부는 “지금은 검수완박 법안에 조직적으로 대응해야 할 때인데, 조직의 수장이 부재하면 전열이 흐트러질 수 있다”며 “총장 사퇴로 국회 설득 작업 등이 모두 중단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했다.

김 총장의 사직서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을 거쳐 문 대통령에게 제출된다. 문 대통령이 사표를 수리하면, 김 총장은 전임 윤석열 당선자에 이어 여권의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에 반발해 중도 사퇴한 두 번째 검찰총장이 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3월4일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사의를 한 시간 만에 수용한 바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김 총장의 사표 제출에 “매우 착잡하다”는 뜻을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입장문을 내어 “김오수 총장의 사의 표명은, 절차를 무시한 입법폭주로 국민의 피해가 불을 보듯 예상되는 상황에서, 형사사법 업무를 책임지는 공직자로서의 충정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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