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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경 파쇼’ 논쟁부터 수사권 폐지 논란까지…수사권 조정 68년사

등록 2022-04-21 04:59수정 2022-04-21 11:07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1층 로비.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1층 로비. 연합뉴스
1954년 국회에서 검찰과 경찰 중 누가 “파쇼”(권위주의 독재)가 될 위험성이 큰지를 두고 논쟁을 벌인 끝에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 모두를 갖는 내용의 형사소송법이 제정됐다. ‘경찰=순사’라는 일제강점기 경험이 크게 작용한 탓이다. 당시 국회에 출석한 검찰총장은 “이론적으로 수사는 경찰에 맡기고 검사에게는 기소권만 주는 것이 법리상 타당하지만 100년 후에나 가능하다”는 주장을 폈다. 검찰 수사권의 시작이었다.

반세기 가까이 잠복하던 수사권 논란은 1999년 김대중 정부 시절 다시 점화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경찰 수사권 독립을 공약했는데, 검찰의 거센 반발로 논의는 중단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검경 수사권 조정협의체를 발족해 이 문제를 논의하려했지만, 검경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며 합의에 실패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논의와 청와대가 나선 검경 중재 등을 통해 형사소송법에 경찰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되 검찰 수사지휘권은 유지하는 합의가 이뤄졌다. 검경 어느 쪽도 만족하지 못하는 안이었다. 일부 합의 내용을 깬 형사소송법 개정에 검찰이 집단 반발하며 김준규 검찰총장 사퇴로 이어졌다.

검찰개혁 논의는 검찰 권한(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형집행권 등) 분산,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독립성 확보 두 갈래로 진행돼 왔다. 현행 검경 수사권 틀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6월 청와대(민정)-법무부(검찰)-행정안전부(경찰) 협의를 통해 뼈대가 만들어졌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서두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패스트트랙 논란 끝에 2020년 1월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을 처리했다. △검찰이 직접 수사개시를 할 수 있는 범죄를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로 한정하고 △검찰이 가진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은 폐지하며 △경찰은 1차적 수사종결권을 갖는 내용이다. 유예기간을 거쳐 지난해 1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지금은 물론 당시에도 이같은 수사권 조정을 두고 비판이 많았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검찰개혁 취지와는 반대로 주요 범죄 직접 수사권은 검찰에 남겨 놓은 채, 경찰 수사에 대한 1차적 통제 기능만 모두 제거했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 출신인 금태섭 당시 민주당 의원은 검찰 조직이 직접수사가 아닌 경찰 등 1차적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을 견제·감독하고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역사적 근거와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 등 주요국 사례를 들어 “경찰이 직접수사권을 갖고, 검사는 원칙적으로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보충수사만 하도록 하는 것”이 검찰개혁 취지에 맞다고 했다. 검사의 수사지휘는 수사 초기 단계부터 경찰 수사의 적법성과 적절성을 검토하는 유효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민주당은 당시 이런 논의를 덮고 형사소송법 개정을 강행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연합뉴스
검찰 수사권을 더 줄여야 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이 수사와 수사지휘, 기소까지 다 하니 권력의 독점이 생겼다. 다만 민주당 법안 자체를 그대로 통과시키는 것은 허점과 문제가 많아 불가능하다고 본다. 시간이 촉박하더라도 공청회 등을 통해 각계 의사를 수렴하는 민주적인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같은 대학원의 이종수 교수는 “(민주당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방안이 정책적으로 타당한지는 의견이 엇갈릴 수 있다. 다만 지난 70년 헌정사와 세계 주요 국가들을 보면 한국 검찰이 막강한 권한을 독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했다.

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폐지 입법 강행에 부정적 의견을 냈던 참여연대는 20일 발간한 입법의견서에서 △검찰 직접수사 폐지 △경찰 수사 통제수단 강화라는 기본 입장을 제시하며 “경찰 수사 적법성과 적정성에 대한 검찰·법원·시민참여 기구(수사적정성심의위)에 의한 통제”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김오수 총장이 한차례 거론한 뒤 곧바로 대검찰청에서 “검토된 바 없다”고 선을 그은 ‘수사지휘권 부활을 전제로 한 수사권 폐지’ 방안이 법조계와 시민단체 등에서 회자되고 있다. 검찰개혁 본래 취지에 비교적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는 수사권 조정 이전 금태섭 전 의원이 2017년 발의했던 ‘수사지휘권 유지-수사권 폐지’ 법안과 틀이 같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는 “절반정도 합리성이 있는 방안으로 보인다. 검찰이 전반적인 수사 상황을 관리하면서 통제하는 것이 맞다. 다만 경찰의 수사 역량을 고려해 6대 범죄 수사는 검찰에 여전히 수사권을 남겨놔야 한다”고 했다. 김예원 변호사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지 않더라도, 보완수사가 필요한 부분은 검찰이 직접 수사지휘를 할 수 있게 해야한다. 적어도 경찰을 통제할 수 있는 보완책으로 수사지휘권이 복원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 방안에는 반대한다면서도 “큰 틀에서 수사와 공소유지는 분리하는 것이 맞다. 검찰 수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어떤 수사를 할 지 말 지를 검찰이 결정하는 데 있다. 검찰로 하여금 직접수사 개시는 못하도록 하고, 대신 사후에 보완수사를 하도록 열어두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역시 2018~19년 수사권 조정 논의 당시 검찰 안팎에서 논의된 사안이다.

다만 수사권 전면 폐지를 내세운 민주당은 물론 검찰 내부에서도 ‘모 아니면 도’라는 강경파들이 수사권 전면 사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검찰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 법안을 막기 위해 대안을 고민하려 해도 내부에서 다른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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