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출근길에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에 대응하기 위해 자체 개선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김오수 검찰총장이 국회를 향해 “충분한 논의를 통해 올바른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김 총장은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지금 국회의 시간이다.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충분한 논의와 심사숙고를 통해서 국민을 위해 올바른 결정을 내려주셨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의 간절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대검은 전날인 21일 ‘검찰 수사권 폐지’ 법안의 대안으로 △제3자 고발사건 검찰 직접수사 금지 등을 담은 수사 공정성 확보 방안을 발표했다. 검찰은 △국회에 형사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 구성을 건의하고 △자체적으로 5월 안에 ‘검찰 공정성·중립성 강화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또 △검사의 직접수사 개시·착수를 제한하며 △검사 관련 범죄뿐만 아니라 정치적 중립성이 의심되는 사건에도 특임검사를 지명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김 총장은 이런 방안들 가운데, ‘특별법 제정’이 가장 의미 있다고 평가했다. 법무부령인 인권보호수사규칙에서 규정한 별건수사 금지, 심야조사·장시간 조사 제한, 인권보호관 제도를 ‘특별법’으로 격상해 규범력을 높이는 방안이다. 김 총장은 “특별법은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에는 족쇄가 되는 반면, 국민들에게는 인권보호와 공정성이라는 선물이 될 수 있다. 인권보호수사규칙을 법으로 상향시켜 규범력을 높이고 수사 관계자들이 공정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수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때가 됐다. 개혁한 지 1년 밖에 안 된 형사사법체계를 뒤흔드는 것보단 더욱 필요한 게 아닌가”라고 했다.
김 총장은 ‘공정성 확보 방안이 시행되면 일선 검찰청이 권력 수사를 하기 어려워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지금 상황은 권력수사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대한민국을 위해 필요한 권력수사는 해야 하지만, 국민과 국회, 여론이 원하지 않는 권력수사는 하지 않는 게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김 총장은 출근 뒤 추가로 입장문을 내어 “권력형 범죄나 부패범죄 수사는 검찰 본연의 책무로서 당연히 수사해야 한다. 다만, 수사 공정성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수사심의위원회 등 외부 통제를 통해 수사착수단계부터 수사가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일반론적 취지를 설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임검사’ 방안을 두고서는 “특임검사는 검찰 내부 비리가 있을 때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인데, 지금은 검찰 내부 비리를 공수처가 수사하는 것으로 돼있어 특임검사 제도 활용이 쉽지 않다”며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거나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식 수사가 문제가 된다면, 고검 검사들이 복수로 추천하고 제가 그 중 한명을 지명해서 독립적으로 수사하고 결과만 총장이 보고받는 방식이 어떤가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날 고검장들이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만나 회의한 것에 대해서는 “박 장관이 검찰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신 점에서 의미가 있다. 법무·검찰 최고 지휘감독자로 당연히 이 문제에 의견을 내주시고 해결방안도 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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