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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한승헌 변호사님, 하늘에서 만나셨죠”…여정남 조카가 울며 말했다

등록 2022-04-22 15:46수정 2022-04-22 16:01

유신정권 사법살인 피해자, 김대중 정부 인사 등 발길
“진보·보수 가리지 않고 열린 마음 가지셨던 분”
‘산민 한승헌 변호사 민주사회장’으로 25일까지 장례
22일 오후 고 한승헌 변호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이 고인의 약력 등을 살펴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2일 오후 고 한승헌 변호사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객들이 고인의 약력 등을 살펴보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승헌 변호사님께서는 당신께서 변호를 제대로 하지 못해 저희 삼촌을 살리지 못했다면서 미안해하셨지만, 우리 가족은 한 변호사님을 항상 고마워했어요. 지금쯤 하늘에서 저희 삼촌을 만나 뵈셨겠죠.”

1975년 ‘사법살인’ 사건으로 불리는 인혁당 재건위 사건 피해자 여정남씨의 조카 여상화씨는 한승헌 변호사의 빈소에서 떠나간 고인을 추모하며 눈물을 훔쳤다. 여씨는 “고인께서는 유신정권이 민청학련 배후에 인혁당 재건위가 있다고 주장하며 저희 삼촌을 연결고리로 지목한 사법 살인 사건 변호인을 맡아주셨던 인연이 있다”며 “이후 1980년대 후반부터 진행한 신원 운동을 하면서도 많은 응원과 격려를 해주셔서 항상 고마웠는데 살다 보니 찾아뵙지도 못하고 돌아가시게 돼 황망하다”고 말했다. 인혁당 재건위 사건은 유신정권이 대구·경북지역 혁신계 인사 탄압을 위해 민청학련 배후에 인혁당 재건위가 있다고 주장하며 여정남씨 등 8명에게 사형을 선고한 사건이었다. 형 집행은 1975년 4월8일 대법원 판결 뒤 불과 18시간 만에 이뤄졌다. 생전 한 변호사는 항상 이 사건이 가장 가슴 아픈 일이었다고 말했다.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 마련된 한 변호사의 빈소에는 여씨처럼 한 변호사와 인연을 맺어온 이들의 발걸음이 이틀째 이어졌다. 한 변호사의 장례는 ‘산민 한승헌 변호사 민주사회장’으로 25일까지 치러진다.

김대중 정부 시기 감사원장으로 일했던 한 변호사와 인연을 맺은 인사들이 빈소를 찾았다. 당시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비서관을 맡았던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고인은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선구자 김대중 대통령이 가장 존경하고 신뢰하신 분이었다. 김 대통령은 항상 인사 문제 등 난관이 생기면 고인과 협의를 해보라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박승(86) 전 한국은행 총재는 “고인은 관직, 돈, 명예 어느 것에도 초연한 삶을 살며 정의를 지키기 위해 평생 노력한 분”이라며 “한국은행 총재로 있을 때도 고인은 제게 ‘항상 바쁘더라도 유머를 생각하는 쉬는 시간을 가지십시오’라고 말할 정도로 위트를 잃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말했다.

종교계에서도 고인을 기억하는 발걸음이 이어졌다. 한 변호사가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이후부터 다니기 시작했다는 양광교회의 김남철(82) 전 담임목사는 “당시 옥고를 치른 이후 우리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시면서 인연이 40∼50년간 이어졌다”며 “고인은 진보냐 보수냐를 가리지 않고 넓게 사람을 사귀는 열려있는 분이었다”라고 말했다. 고인과 과거 서울시 시정고문단에서 함께했다는 원불교 시민운동의 대모 이선종 교무는 “고인은 항상 어려운 사람들을 변론하고 한을 풀어주시는 영성이 맑은 어른이셨다”며 고인을 기억했다.

한편, 지난 20일 향년 88살의 나이로 별세한 한 변호사의 장례는 오는 25일까지 ‘산민 한승헌 변호사 민주사회장’으로 치러진다. 장례위원회엔 함세웅 신부가 상임장례위원장을 맡고, 김도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안지중 한국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이 공동 상임집행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추도식은 오는 24일 오후 5시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2층 예식실에서 열린다.

▶바로가기: 인권 변호 역사를 쓴 한승헌, 그의 삶엔 ‘촌철 웃음’ 있었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39843.html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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