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들머리에 있는 검찰기가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수사-기소권 분리 입법에 반발하는 검찰이 20일 가까이 전국 평검사·부장검사·검사장·검찰청 단위로 모임을 갖고 입장문을 내는 ‘집단행동’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입법부 수장인 국회의장이 직접 나선 여야 중재안을 두고도 “야합”이라고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등 공무원으로는 전례를 찾기 힘든 수준의 정치권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그동안 시국선언문 한장만 내도 공무원을 무더기 기소했던 검찰의 집단행동을 두고 “내로남불” “수사 대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서울중앙지검, 서울동부지검, 청주지검은 각각 브리핑을 열고 여야 합의안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전날 강릉지청 평검사들은 국회의장 중재안을 두고 “정치적 야합의 산물”이라고 했다. 검찰은 매일 비공개 내부게시판에 올라온 검사들의 글을 모아 언론에 공개하는데, 게시글 중에는 “뜻을 같이 하는 동료들과 함께 법과 제 지위가 허용하는 한도에서 맞서겠다” 등 집단행동을 불사하겠다는 글이 공공연하게 올라온다. 한 검사는 영화 <내부자들> 원래 대사인 “야 XX놈아”를 인용하거나, 이를 패러디해 “(국회의장) 공직자, 선거 썰고… 눈치 채잖아” 등 입법 과정 자체를 비아냥 대는 글을 쓰기도 했다.
그동안 검찰은 공무원의 집단적 의사표시 등을 무조건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는 법조계와 시민사회 등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공무원의 집단행위를 금지하는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를 기계적으로 적용해왔다. 2014년에는 학생 수백명이 숨진 세월호 참사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교사들을 무더기 기소하기도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센터는 25일 성명에서 “똑같은 잣대를 적용한다면 수사권 법안에 반대하는 집단성명 역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침해한 불법행위임이 분명하다. 검찰의 행태는 내로남불의 극치이며 이중잣대와 특권의식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고 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입법·정책에 대한 공무원들의 입을 막는 국가공무원법은 옳지 않지만 그간 검찰은 이를 적용해 형사처벌을 해왔다. 같은 잣대로 보면 검찰의 이번 집단행동은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며, 이를 수사하지 않는 건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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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지 기자
suj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