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흩어진 관저-집무실…‘시위 금지’는 어디부터 어디까지? 법원 고심

등록 2022-04-28 04:59수정 2022-04-28 14:36

‘미국 백악관식 국민소통’ 명분 집무실 이전 강행
성소수자단체, 경찰의 집무실 앞 행진금지에 소송
‘집무실 100m 이내 집회’ 가늠자…법원 판단 주목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 리모델링을 위한 장비가 반입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 리모델링을 위한 장비가 반입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가 서울 용산 국방부 건물과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각각 흩어지면서 ‘집무실 100m 이내 집회’가 가능한지를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현행법은 ‘대통령 집무실’ 규정은 없고 ‘대통령 관저 100m 이내’만 집회금지 구역으로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집권 기간 동안 ‘미국 백악관식 국민소통’을 약속했던 윤석열 당선자 집무실 주변 집회·시위 개최 여부를 가늠할 사건이 지금 법원에 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은 대통령 집무실 앞을 행진해 통과하는 것을 경찰이 금지하자 지난 25일 소송을 냈다.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5월17일)을 맞아 새달 14일 용산역 광장부터 이태원 만남의 광장까지 약 3㎞ 구간을 행진하기로 했는데, 이 중 일부 구간이 대통령 집무실과 100m 이내라는 이유로 경찰이 행진 금지 처분을 내린 것이다.

경찰은 ‘대통령 관저 100m 이내의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무지개행동은 경찰의 금지 처분 집행정지(가처분)와 취소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 근처 집회와 관련해 소송이 제기된 건 처음이다. 무지개행동을 대리하는 서채완 변호사는 27일 “쟁점은 관저와 집무실을 같은 개념으로 볼 수 있는지다. (집무실과 관저가 한 공간에 있던) 청와대에서 집무실을 옮기면서 발생한 문제다. 과거 판례를 보면 관저와 집무실을 다른 개념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대통령 관저에 집무실이 포함되는지를 두고는 일관된 법원 판단이 나온 적은 없다. 청와대 울타리 안에 관저와 집무실이 있었던 터라 이를 구분해야 하는 소송은 많지 않다.

2016년 법원은 관저와 집무실을 다르게 봐야 한다는 판결을 한 바 있다. 당시 참여연대는 청와대 입구 연풍문 앞을 집회 장소로 신고했다가 ‘관저 100m 이내’란 이유로 경찰로부터 집회 금지를 당하자 소송을 냈는데, 재판부는 경찰 쪽 손을 들어주면서도 판결문에 “대통령 관저는 대통령 집무실 등 다른 업무시설과 구분되어 별도의 담장이 설치되어 있다”고 판시한 것이다. 대통령 관저를 ‘대통령이 주로 직무를 행하는 장소와 주거로 사용하는 장소’로 폭넓게 해석한 판결도 있다. 2006년 청와대 근처 청운동사무소 앞 인도를 집회 장소로 신고했다가 금지 처분을 받은 사건에서 법원은 “대통령 관저는 문언상 대통령이 주로 직무를 행하는 장소와 주거로 사용하는 장소, 대통령을 보좌하거나 경호하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필수적 부속건물 및 그 부지”라고 해석했다.

법조계 의견도 갈린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집시법에 명시적으로 관저로 되어 있는데 여기에 집무실도 포함된다고 해석하고, 이를 기초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한규 변호사(법무법인 공간)는 “대통령의 안전과 치안, 보안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보면 (관저와 집무실을) 별도라고 보긴 어렵지 않나 싶다”고 했다.

윤 당선자가 ‘국민소통’을 명분으로 집무실을 이전하기로 한 만큼 이참에 집무실 앞 집회·시위를 넓게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917년 1월 여성 참정권을 요구하는 피켓시위가 첫발을 뗀 뒤 ‘세계적 집회·시위 명소’로 자리잡은 미국 백악관 앞은 관할 경찰서장에게 시간·장소 등이 담긴 시위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지만, 수정헌법 1조에 따라 공공 안녕을 위태롭게 할 것으로 판단할 때만 집회를 제한한다. ‘백악관 100m 이내 시위 금지’ 같은 규정은 없기 때문에 총기규제 등 정부 정책 관련 집회·시위가 연간 수백건 열린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은 25일 “직접적인 위험성이 없는 평화로운 행진을 허용하는 것이 헌법에 합치하는 법률 해석인 점에서 서울 용산경찰서의 금지통고 처분은 헌법상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 소통을 강조하며 집무실을 이전한 대통령 당선자 역시 경찰에 의해 자의적으로 집회의 자유가 침해당하는 지금의 상황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관련기사 : 경찰, ‘대통령 집무실 반경 100m’ 집회금지…자체 유권해석 ‘논란’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38277.html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과일 도매 10년, 오늘도 사장님한테 돈을 떼였다 [.txt] 1.

과일 도매 10년, 오늘도 사장님한테 돈을 떼였다 [.txt]

서울 도심에 10만 촛불…“윤석열 거부, 민주주의 망가질 것 같아” 2.

서울 도심에 10만 촛불…“윤석열 거부, 민주주의 망가질 것 같아”

동덕여대 총학 “대학, 민주적 의사결정 실현하라”…5개 요구안 제시 3.

동덕여대 총학 “대학, 민주적 의사결정 실현하라”…5개 요구안 제시

내년 노인 공공일자리 110만개…내일부터 신청 접수 4.

내년 노인 공공일자리 110만개…내일부터 신청 접수

음주 측정 거부·이탈 뒤 2주만에 또…만취운전 검사 해임 5.

음주 측정 거부·이탈 뒤 2주만에 또…만취운전 검사 해임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