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이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를 위한 검찰청법 개정안 표결 처리에 항의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수사-기소 분리를 담은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대해 “정치인·공직자에게 면죄부를 쥐여줄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변협은 2일 논평을 내어 “(검찰청법 개정안) 법안의 핵심 내용에 일반 민생 범죄사건에 대한 수사역량 보완을 위한 규정들은 보이지 않는다. 대형 권력형 부패사건에 대한 국가의 수사역량을 크게 약화해 힘 있는 정치인과 공직자에게 면죄부를 쥐여줄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통과한 검찰청법 개정안은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선거·공직자·방위사업·대형참사’ 등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 범죄 등’으로 축소하고, 이 또한 한시적으로만 유지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이에 대해 변협은 “검찰청법 개정안에서 삭제한 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등 4개 범죄군은 대부분 고도로 집적된 수사역량과 법리적 전문성을 갖추어야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비록 경제범죄와 부패범죄에 대해서는 한시적으로나마 검찰의 수사 개시권을 인정하였다고는 하나, 수사범위 제한 규정을 들어 ‘수사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반발할 경우 수사는 중단되고, 있는 자들에 의한 거악은 암장(묻히게)되고 말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경제·부패 범죄와 기타 유형의 범죄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칫 피의자가 수사권 남용을 이유로 ‘위법 수사’ 같은 문제제기를 할 수 있고, 이 경우 국가의 수사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어 “공직자범죄와 선거범죄에 대한 검찰 수사 제한은 부패한 공직자와 힘 있는 정치인들에게 면죄부를 쥐여주는 망국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6개월의 짧은 공소시효 내에 정밀하게 진상을 조사하고 범죄 혐의를 밝혀 기소해야 하는 선거범죄의 상당수가 묻히고, 앞으로 선거는 각종 비리로 혼탁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3일 본회의에서 수사-기소 분리 2차 법안인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를 예고한 데 대해서도 변협은 경찰 수사에 대한 보완수사가 어려워질 거라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에 대해 검사는 ‘해당 사건의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수사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별건 수사를 금지하기 위한 취지인데, 변협은 “경찰의 부실수사 등 꼼꼼하고 철두철미한 보완수사가 필요한 영역에서 검사의 역할을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로 막연하게 축소해 인권 보호 기관으로서의 검찰이 본연의 기능을 다 하지 못하도록 만들 우려가 있다”고 했다.
앞서 변협은 시민으로 구성된 대배심에서 일정 인원 이상 찬성해야 기소할 수 있는 미국의 기소 대배심제 등을 검찰개혁 방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변협은 “수사 검사의 예단이 개입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기소 대배심제와 같은 시민 참여 장치를 적극 도입하여 보완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안”이라며 “검찰청법 개정안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국민의 기본권과 권익보호와 밀접한 사안으로 중대한 사안임에도 이러한 과정이 생략된 채 졸속으로 추진, 통과됐다”고 지적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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