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을 수사하는 경찰이 2일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성남시장 재임 시절을 겨냥한 수사다. 경찰은 검찰 보완수사 요청에 따른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지만, 지난해 9월 이 사건을 자체 종결했던 경찰이 대선이 끝난 뒤 다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사건은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인 최승렬 경기남부청장 관할에 있다.
경기 분당경찰서는 이날 오전 9시10분부터 수사관 22명을 성남시청에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책기획과, 도시계획과, 건축과, 체육진흥과, 정보통신과 등 5개 부서가 대상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후원금을 낸 기업에 각종 인허가 특혜를 준 정황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후보가 성남시장 재직 당시 시민구단인 성남에프시 구단주로 있으면서 2014∼16년 성남에 본사를 둔 두산·네이버 등으로부터 160억여원의 후원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이들 기업에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제공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2018년 6월 지방선거 과정에서 당시 바른미래당 쪽이 이 전 후보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경찰은 이 전 후보를 상대로 서면조사 등을 벌인 뒤 지난해 9월 증거 불충분으로 검찰 불송치 결정했다. 고발인 쪽은 경찰 결정에 이의신청을 했고, 수원지검 성남지청이 사건을 건네받아 수사 여부를 검토했다.
3년여 동안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이 사건은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결정된 이후, 박하영 성남지청 차장이 친정부 성향으로 분류되는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수사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공개 반발하며 사표를 내자 정치권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검찰은 대선을 앞둔 지난 2월 분당경찰서에 보완수사를 요청했다.
최승렬 경기남부경찰청장은 압수수색 당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임의제출 받은 자료 등을 통해 의혹을 면밀히 살핀 결과, 압수수색까지 할 필요성은 없다고 판단했으나,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에 따라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날 압수수색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경찰청도 이날 “경찰이 불송치 결정한 사안에 대해 (고발인 쪽) 이의신청 뒤 검찰 보완수사 요구가 있었다. 이에 따라 필요한 보완수사를 진행하는 차원”이라고 했다.
다만 경기남부청이 청장 기자간담회 당일마다 이 전 지사 관련 사건 압수수색을 하고 있어 뒷말이 나온다. 앞서 경기남부청은 지난달 4일 최 청장 기자간담회 직전 이 전 후보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경기도청을 압수수색했다. 기자간담회에서는 해당 사건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이 집중됐다. 최 청장은 “공교롭게 그렇게 됐다. 수사 진행 단계에서 필요한 절차에 맞춰 진행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박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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