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지난달 29일 오후 충북 음성군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충북혁신도시 현안보고 및 국립소방병원 건립 관련 브리핑을 받기 전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검찰-수사 기소 분리 법안에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면서도 경찰 수사력을 높게 평가하며 이를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윤 당선자 쪽에선 부패 수사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 검찰 대신 경찰 수사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윤 당선자는 최근 국민의힘 소속 경기지역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들과 점심 자리에서 원론적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도,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수사를 중단할 수 없고 경찰들이 수사를 잘해줄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법안 통과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자 이를 수용하는 듯한 태도다. 이 발언에 대해 윤 당선자 쪽 관계자는 2일 기자들과 만나 “경찰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지, 경찰 수사력을 끌어올리고 극대화시킬 수 있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검찰이 어떻게 투입될 것인가도 충분히 (검토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수사-기소 분리 법안 통과를 전제로 검경 수사 체계 재정립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법안 저지에 총력을 기울여온 검찰 내부는 허탈해하고 있다. 서울지역 한 부장검사는 “윤 당선자가 법안의 문제점이나 국회 처리 과정에서의 꼼수 등을 지적해줬으면 하는데 계속 원론적인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 당선자를 향한 섭섭함이 크다”고 전했다. 윤 당선자가 아닌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향한 검찰 기대감도 읽을 수 있다. 개정안이 검찰 직접수사 범위를 ‘부패·경제 범죄 등’으로 정하면서, 향후 대통령령 개정 소관 부처인 법무부 장관이 수사 범위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한 검사는 “윤 당선자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검찰과 거리를 두며 선을 그으려는 반면, 한 후보자가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반대의 뜻을 확실히 하고 있다. 한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되면 위헌성을 따져볼 수도 있고, 수사준칙 등을 직접 손볼 여지도 있다”고 했다.
한편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경찰청 기자간담회에서 “검찰과 경찰이 역할을 분담했던 수사 사례를, 마치 검찰이 경찰의 수사 오류를 밝혀낸 것처럼 왜곡하거나 경찰의 수사 성과를 의도적으로 비하한 사례가 있어서 많은 경찰관의 자긍심이 훼손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검찰은 법안 처리를 둘러싼 여론의 관심이 비등한 지난 20여일간 전국 검찰청별로 경찰 부실수사 등을 검사가 바로잡은 사례 등을 모아 언론에 배포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그동안 입법 과정을 관망하던 경찰청장이 직접 반격에 나선 것이다.
손현수 박수지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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