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장동 의혹’ 김만배 100억원 횡령 추가 기소

수주 실패한 토목업체에 로비 ‘입막음용’ 지급
100억원 토목업체 쪽 전달 확인된 것으로 알려져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의 핵심인물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해 11월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구속기소)씨를 회삿돈 10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은 김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횡령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김씨는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1호로부터 장기 대여금 명목 등으로 473억원을 빌렸는데, 이 가운데 100억원을 분양대행업체 대표인 이아무개씨에게 전달하는 등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화천대유가 직접 사업을 시행한 아파트의 분양 대행을 맡은 이씨는 대장동 사업 초기인 2014년, 토목업체 대표 나아무개씨로부터 사업 수주 청탁 명목으로 20억원을 받았다. 하지만 나씨는 사업권을 따지 못하게 되자 이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며 ‘대장동 사업 로비를 폭로하겠다’고 압박했다고 한다. 이에 이씨는 김씨로부터 100억원을 받아 2019년 나씨에게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2016년 4~11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을 맡은 박영수 전 특검의 인척이다. 이에 김씨와 이씨 사이에 돈이 오가는 과정에서 박 전 특검에게 돈의 일부가 전달됐거나, 애초에 박 전 특검을 보고 100억원을 지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20억원 로비가 불발에 그친 뒤 100억원을 돌려줬다는 김씨 해명을 곧이곧대로 신뢰하기란 어려운 탓이다. 그러나 검찰은 김씨가 횡령한 100억원의 회사 자금이 이씨를 거쳐 나씨에게 모두 전달된 사실을 계좌추적 등을 통해 확인했다고 한다.

이씨는 지난달 11일 김씨의 대장동 관련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나씨가 대장동 사업 비리를 폭로해 김씨 등 대장동 사업자들을 매장시키겠다고 협박했다. (나씨 폭로로 자신의) 사업이 붕괴되기 때문에 나씨의 압박을 감당하기 힘들었다”며 나씨에게 받은 20억보다 5배나 많은 100억원을 건넨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해 11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배임과 뇌물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씨의 구속 기간은 오는 21일로 만료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이준철)는 오는 18일 열리는 김씨와 곽상도 전 의원 등의 뇌물 혐의 재판에서 김씨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 여부를 심리할 예정이다. 영장이 기각되면 김씨는 22일 0시에 석방된다.

강재구 기자 [e-mail] 최민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