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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검사 서지현’ 마지막 인터뷰…“디지털성범죄, 지금 더 절망적”①

등록 2022-05-17 14:10수정 2022-05-17 17:20

16일 성남지청 복귀 통보 뒤 사의 표명
앞서 디지털성범죄 전문위 활동 성과 정리
9개월, 45번 회의, 60여개 권고안 내
“통합지원·삭제 응급조치 도입 절실”
“성범죄 영상물은 음란물 아닌 범죄 피해물
수사기관이 차단·삭제 중심에 서야”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등 전문위원회 3인. 왼쪽부터 이지원 S2W 부대표, 서지현 검사, 오지원 변호사.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등 전문위원회 3인. 왼쪽부터 이지원 S2W 부대표, 서지현 검사, 오지원 변호사.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지현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등 대응 태스크포스(TF) 팀장은 16일 급작스럽게 법무부 파견을 마쳤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4시께 서 검사에게 17일부터 소속 검찰청인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복귀하라고 지시했다. 하던 업무를 정돈하고, 짐을 쌀 시간도 주지 않은 셈이었다. 서 검사는 “모욕적인 복귀 통보”라며 16일 즉각 사직서를 냈다. 법무부를 비롯한 정부 부처의 디지털 성범죄 예방책과 근절책을 마련하던 사람들의 노력은 이렇게 멈춰섰다.

서지현 검사를 필두로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등 대응 티에프(TF) 전문위원회(위원장 변영주 영화감독)가 꾸려진 것은 지난해 8월의 일이다. 위원회는 디지털 젠더폭력·법률·사이버범죄·문화예술인 등 각 분야 전문위원 10명과 자문위원 12명으로 채워졌다. 디지털 성범죄 등 젠더 폭력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어벤저스’들이었다. 전문위는 지난 9개월 동안 45차례 회의를 하고, 60여개 조문의 권고안을 냈다. 정부 부처 산하의 각종 ‘위원회’가 1년에 수차례 정도의 회의를 하는 것에 견주면 기록적인 활동이다.

서 검사는 지난 아홉달 동안 백방으로 뛰었다. ‘디지털 성범죄를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품고서다. 검찰 내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하고 온갖 2차 피해 등에 시달린 뒤에도 그는 늘 “나는 ‘씨를 뿌리는 사람’”이라고 했다. 성폭력 피해 당사자로서 절박하고 간절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이 마음은 지난 아홉달동안 그를 채찍질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꾸려진 전문위가 윤석열 정부에서 활동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다. 전문위가 서둘러 그간의 행보를 담아 지난 6일 ‘디지털 성범죄 등 대응 티에프 전문위원회 활동과 성과’ 책자를 펴낸 이유다. <한겨레>는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한겨레 사옥에서 서지현 검사와 전문위원인 오지원 변호사, 사이버보안 전문가 이지원 에스투더블유(S2W) 부대표를 만났다. 전문위 활동의 경과와 활동상을 묻기 위해 진행한 이 인터뷰는 ‘검사 서지현’의 마지막 인터뷰가 됐다.

―전문위 활동을 하면서 가장 충격적이면서 심각하다고 생각한 부분은 무엇이었나?

서지현(서) “엔(n)번방 성착취 사건이 알려진 뒤 몇몇 주범이 과거에 비하면 중한 처벌을 받았고, 요즘은 언론에 디지털성범죄 기사가 별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많이 사라졌을 것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한다. 그러나 전문위가 분석을 해보니, 잠시 주춤했던 디지털성범죄는 더욱 음성화되고 변형되어 엔번방 때보다 더 성행하는 걸 확인했을 때는 정말 절망적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오지원(오) “디지털성범죄 피해자가 그 피해를 알리지 않는 경우가 여전히 70%가 넘는다. 이게 너무 마음 아팠다. 처벌이 불확실하니 피해를 말하는 것도 꺼리게 되는 것이다. 양형기준을 적용한 2019년 4824건의 성범죄 가운데, 감경영역 안에서 형이 선고된 건 41.8%, 가중영역은 단 4.3%였다. 피해자가 처벌이 불확실하다고 느낄 만 하다.”

국내 다크웹 이용자는 조주빈 검거 이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회복했다.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등 대응 티에프
국내 다크웹 이용자는 조주빈 검거 이전과 유사한 수준으로 회복했다.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등 대응 티에프

이지원(이) “S2W는 다크웹을 주로 들여다 봤다. 거기에 정말 많은 피해자 개인정보가 떠돌아 다닌다. 1, 2년 지나면 다시 나오는 경우도 많다. 다크웹 안에서도 디지털성범죄, 성착취물로 유명한 커뮤니티가 지난해 한 번 폐쇄됐는데, 올해 새로운 커뮤니티들이 생기면서 성착취물과 피해자 개인정보들이 다시 올라온다. 이런 피해가 무산히 확산되는 걸 지켜보는게 정말 힘들었다.”

―11차 권고안까지 나왔다. ‘권고’이기에 강제력이 부족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한계에도 권고안 가운데 꼭 이행돼야 할 내용은 무엇이라고 보나.

“11차에 걸쳐 총 32개 법률 60여개 조문 및 제도에 대한 개선을 권고했다. 모든 권고들이 너무나 중요하고 시급해서 어느 한 권고만 꼭 이행되어야 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두가지를 꼽자면 ‘피해자 통합지원’과 ‘수사 초기 피해 영상물 삭제 등 응급조치 도입’이 있다. 피해자 통합지원은 법무부 내에서는 원스톱 지원체계를 갖췄지만, 아직 타부처와 협업을 통한 원스톱지원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디지털성범죄는 피해 영상물의 신속한 삭제 및 차단이 너무 중요하다. 지금 피해 영상물 삭제의 중심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있다. 그 이유는 성범죄 피해 영상물을 ‘음란물’로 취급했기 때문이다. 성범죄 피해 영상물은 음란물이 아니고, 범죄 피해물이다. 따라서 수사기관이 삭제 및 차단의 중심에 서야 한다. 그래서 2차 권고에 경찰이 수사 초기에 ‘응급조치’의 일환으로 직접 인터넷사업자에게 삭제·차단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자고 했다.”

―법무부 산하 전문위원회였지만, 많은 정부 부처와의 협업이 필수적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권고안은 정부 부처가 다 연결되어 있다. 피해자 입장에선 법무부나 여가부나 경찰이나 모두가 정부인데, 젠더폭력 대응에 부처간 협업이 너무 안 됐다. 디지털성범죄는 경찰, 검찰, 법원 모두 상시적으로 대응하는 기구가 있어야 할텐데, 각자 독립만 주장하지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한 ‘협업’에는 관심이 없다. 게다가 이 대응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니 실무적인 변화가 매우 늦더라. 관행에 따라서만 움직이려고 하는 속성이 있다. 디지털성범죄는 빠르게 변하고 진화하니 이를 전체적인 틀에서 보고 예방, 근절을 해야하는데 관련 교육조차 전혀 안 돼 있다시피 하니까. 그 부분이 정말 답답했다. 아무래도 법 집행을 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높은 연령에, 남성 위주로 구성되어 있다보니 개선이 더 어려운 거 같다. “뭐 그렇게나 심각한 일이냐”하며 피해자의 고통에 무감하다는 걸 느끼곤 한다.”

<②에서 인터뷰 이어짐>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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