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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여성 노동인권점수 빵점, 파리바게뜨 빵 먹지 않겠습니다”

등록 2022-05-18 16:12수정 2022-05-18 16:37

55개 여성단체, SPC 부당노동행위 해결 촉구
‘휴식권·모성권 요구’ 노조 지회장 52일째 단식
“제빵기사 80%가 여성…임금·성차별로 이윤”
‘파리바게뜨의 불법부당노동행위 해결을 요구하는 여성단체’가 18일 오전 11시 서울시 서초구 에스피씨(SPC) 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고은 기자
‘파리바게뜨의 불법부당노동행위 해결을 요구하는 여성단체’가 18일 오전 11시 서울시 서초구 에스피씨(SPC) 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고은 기자

“파리바게뜨의 빵은 여성 노동자가 인간답게 노동할 권리를 갈아 넣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노동착취로 만들어지는 빵을 먹지 않겠습니다.”

18일 오전 11시 서울시 서초구 에스피씨(SPC) 그룹 본사 앞에 전국 55개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파리바게뜨의 불법부당노동행위 해결을 요구하는 여성단체’란 이름 아래 모였다. 회사의 부당노동행위 사과를 요구하며 52일째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임종린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에게 연대하기 위해서다.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 약 80%는 여성 노동자다.

단체는 에스피씨 그룹이 가장 기본적 노동권인 휴식권과 모성권을 빼앗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2022년 대한민국에서 점심시간 1시간·정기 휴무일·모성권·연차휴가·보건휴가 보장이라는 너무나도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며 한 여성 노동자가 52일째 단식하고 있다”면서 “현장의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은 건강하고 안전하게 노동할 권리를 박탈당한 채 밤낮없이, 휴일 없이, 쉴 틈 없이 빵 굽기를 강요당하고 있다”고 했다.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이 혹사당하는 배경에는 기형적 고용형태가 있다. 파리바게뜨의 제빵기사들은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일하면서도 에스피씨 그룹의 노동자가 아니다. 지난 2018년 고용노동부가 제빵기사를 불법파견하던 에스피씨 그룹에 직접 고용을 명령했지만, 그룹은 기존의 협력업체를 자회사로 만들어 간접고용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파리바게뜨의 불법부당노동행위 해결을 요구하는 여성단체’가 18일 오전 11시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에스피씨(SPC) 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고은 기자
‘파리바게뜨의 불법부당노동행위 해결을 요구하는 여성단체’가 18일 오전 11시 서울시 서초구에 위치한 에스피씨(SPC) 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고은 기자

이들은 에스피씨 그룹의 성차별 행태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18일 에스피씨 그룹 주요계열사인 에스피씨(SPC)삼립의 사업보고서(2021년 12월 기준)를 보면, 사무·점포 분야 1인 연간 급여는 남성 6421만원, 여성 4087만원으로, 그 격차가 36.6%에 달했다. 또 평균 근속연수는 남성은 7년9개월, 여성은 4년2개월이었다. 단체는 “여성들이 승진하기 어렵고, 오래 일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며 “에스피씨 그룹은 여성 노동자에 대한 성차별로 이윤을 창출하고 수익을 극대화했다”고 꼬집었다.

파리바게뜨 여성 노동자들은 모성권과 건강권도 침해받고 있다. 2018년 전국 파리바게뜨 노동자 543명(여성 4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한인임 일과건강 사무처장은 “파리바게뜨 여성 노동자의 연간 유산율은 50%에 이른다. 이는 여성 직장인 연간 유산율(23%)의 두 배에 달한다. 임신 뒤 자유롭게 태아 검진을 받을 수 있었냐는 질문에는 10%만이 ‘그럴 수 있었다’고 답했다”면서 “여성 노동자의 건강권을 이렇게 침해하도록 놔둬선 안 된다. 서둘러 근로감독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들도 목소리를 보탰다. 단체는 파리바게뜨 노동탄압을 규탄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 발언문을 만들었다.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5일 동안 150여 개의 메시지가 모였다. 대독에 나선 열쭝(활동명) 한국여성민우회 여성노동팀 활동가는 “시민들이 파리바게뜨와 그 제품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느냐. ‘사람을 갈아 만든 빵’ ‘노동자의 피와 눈물로 젖은 빵’ ‘파리바게뜨 제빵사와 아르바이트 노동자 대부분이 여성인데, 여성 노동자의 피, 땀, 눈물을 우습게 보는 회사’라고 부른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소비자이기 이전에 노동자이며, 제빵사들과 함께 살아가는 동료 시민들이다. 우리 시민들은 끝까지 임종린 지회장과 함께하겠다. 파리바게뜨가 임종린 지회장과 노동자를 외면한다면, 우리도 파리바게뜨를 외면하겠다”고 덧붙였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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