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 바다에서 돌고래들이 무리지어 유영하고 있다. 제주/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노을해안로. 제주 남방큰돌고래 떼가 수면 위로 갑자기 모습을 드러내자 사람들이 일제히 휴대전화를 들어 바다를 향한다. 파도를 가르며 유영하는 그들의 지느러미가 삐죽 나올 때마다 ‘우와’ 하는 탄성이 쏟아진다. 어쩌다 한마리가 수면 위로 높이 뛰어오르면 소리는 더 커진다. 술래잡기하듯이 사람들은 돌고래들을 따라 차를 움직였다 멈추기를 반복한다. 자유롭게 노니는 돌고래 떼를 보는 것은 제주 여행의 감춰진 매력이다. 간혹 열마리 넘게 떼로 지나가는 모습은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보인다.
대정읍 앞바다뿐만 아니라 구좌읍이나 중문 등 제주도 연안에도 120~130마리의 남방큰돌고래들이 살고 있다. 이들 중에는 2013년 7월18일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 쇼를 하다 바다로 돌아간 ‘제돌이’도 있고, 춘삼, 삼팔, 태산, 복순까지 오랜 시간 제주 바다에서 어울려 살고 있다.
18일 아침 다른 돌고래들보다 몸집이 작아 새끼로 추정되는 돌고래가 무리들과 함께 유영하고 있다. 제주/백소아 기자
17일 오후 돌고래투어 선박이 돌고래 무리 인근에 서 있다. 해수부가 돌고래로부터 반경 50m 이내에는 관광선박이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남방큰돌고래 관찰 가이드’를 마련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노을해안로에서 바다 가까이로 조금만 내려오기만 해도 충분히 돌고래를 볼 수 있다. 제주/백소아 기자
지난 1월 6일 한 돌고래가 물고기를 사냥하고 있다. 제주/백소아 기자
17일 오후 드론으로 찍은 남방큰돌고래들의 모습. 남방큰돌고래는 5~15마리 정도씩 무리 지어 생활한다. 제주도에서는 가끔씩 100여마리의 돌고래가 함께 유영하기도 한다.
같은 제주 바다가 아닌 리조트에 아직 홀로 남겨진 돌고래가 있다. 바로 비봉이다. 남방큰돌고래인 비봉이는 2005년 제주 비양도에서 불법 포획돼 퍼시픽랜드(현재 ‘퍼시픽 리솜’)에서 16년 동안 돌고래 쇼를 했다. 퍼시픽 리솜은 지난해 12월 돌고래 쇼를 폐지하고 남아 있는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 그리고 남방큰돌고래 비봉을 방류하기로 했지만 최근 태지와 아랑이가 ‘거제씨월드’로 무단 반출된 것이 확인됐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돌고래는 국내 야생생물법 16조 6항에 따라 양도·양수 시 환경부에 신고 절차를 마쳐야 하는데 퍼시픽 리솜은 관련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멸종위기 돌고래 두마리를 무단 반입한 사실을 속인 경남 돌고래체험시설 거제씨월드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홀로 남은 비봉이는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돌고래의 자연 방류가 쉬운 일은 아니다. 돌아가는 곳이 원래 서식지였는지, 사냥·의사소통 기능이 갖춰졌는지 등 고려할 사항들이 많다. 성공적인 적응을 확신하기도 어렵다. 국제적 고래류 연구자인 나오미 로즈 박사는 지난 1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수족관 고래류 보호·관리 방안 국회토론회’에서 비봉이의 야생 방류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비봉이를 방류하려면 추적 가능한 위성장치를 달고 모니터링할 것을 강력히 권한다”고 밝혔다. 당신이 비봉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단 하루라도 좁은 수조를 벗어나 힘차게 달려보고 싶지 않을까. 국내 수족관에 사는 돌고래는 22마리, 과연 몇마리의 돌고래가 고향 바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까.
2013년 7월 16일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퍼시픽랜드(현재 퍼시픽 리솜)에서 돌고래쇼를 하고 있는 비봉이. 제주/최우리기자
제주도의 한 수족관에서 살고 있는 큰돌고래의 모습. 제주 연안에 사는 남방큰돌고래와는 다른 종류의 돌고래다.
2022년 5월 20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제주/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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