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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파업한 죄’ 묻는 건 합헌이라는 헌재, 과반이 ‘위헌’ 의견 낸 이유

등록 2022-05-26 17:30수정 2022-05-27 02:46

재판관 9명 중 5명 “파업에 업무방해죄 적용 위헌”
“처벌 가능성 자체만으로 단체행동권 무너뜨도”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이 26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이 26일 오후 헌법소원·위헌법률 심판이 열린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위헌 정족수 미달’로 단순 파업에 대해서도 업무방해죄를 적용하는 것이 합헌이라는 결론에 이르렀지만, 헌법재판관 과반은 이러한 법 적용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들 재판관 5명은 단순 파업까지 형사처벌하게 된다면 노동3권 자체를 무력화할 수 있으며, 주요 국가 중 한국처럼 파업 자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곳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헌재는 26일 폭력 등이 수반되지 않고, 단지 일하는 것을 거부하는 단순 파업이라도 형법의 업무방해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은 파업 등 쟁의행위 기간 중에 현행범이 아닌 경우에는 노동자를 구속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임금·노동조건 등 노사 자율로 해결해야 할 사안에 공권력이 개입하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조처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합법적 파업까지도 형법의 업무방해죄를 광범위하게 적용해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 등을 옥좨는 도구로 활용해 왔다. 특히 발생하지 않은 업무방해까지 ‘사전 예방’ 명분으로 형사처벌 이유로 삼았다.

헌재는 1998년, 2005년, 2010년 세 차례에 걸쳐 합헌 결정을 내놓으면서도 조금씩 ‘진전’된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2010년에는 ‘헌법이 보장한 단체행동권에 따른 쟁의행위는 사업주의 업무 지장 초래를 전제로 한다’며 기존 판례에서 진일보한 입장을 취했다.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을 하위법률인 형법으로 지나치게 축소하는 것은 부당하는 것이다. 이듬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여기서 더 나아가 파업 자체로는 업무방해죄가 규정하는 ‘위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사업주가 예측할 수 없고(전격성) 사업운영에 막대한 손해(중대성)를 초래하는 일정한 조건 아래에서만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가 성립한다며 제한적으로 해석한 것이다. 당시 검찰 등 공안당국은 대법원 판례 변경을 두고 ‘불법 파업을 조장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합헌 의견을 낸 4명의 재판관(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은 2010년 헌재 판례, 2011년 대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위력 개념을 제한적으로 해석하게 됐기 때문에 단체행동권 제한·위축 문제는 해소됐다”고 판단했다.

반면 위헌을 선언한 재판관 5명(유남석·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은 10여년 전 판례를 발판 삼아 “어떠한 유형력도 수반하지 않는 단순 파업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하는 것은 사실상 근로자의 노무 제공 의무를 형벌로 강제하는 것이다. 노사관계에서 근로자의 대등한 협상력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헌법상 단체행동권을 형해화할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 판례는 어떤 경우의 파업을 전격적으로 보는지, 어느 범위까지가 막대한 손해인지 명백하지 않다”며 ‘대법원 판례로 충분하다’는 합헌 쪽 재판관들 의견을 반박했다. 형사처벌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 자체 만으로도 노동자의 단체행동권 위축효과는 “매우 심대하다”는 것이다.

이들 재판관은 단순 파업은 근로계약 위반에 따른 민사적 책임을 따질 문제이지 국가가 나서 형사처벌할 대상은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주요 국가에서 파업 그 자체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는 사례는 발견하기 어렵다”고 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한국 정부에 여러 차례 업무방해죄 적용에 대한 제도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을 대리한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기존 헌재 입장에서 후퇴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시 노동자들은 공장을 점거하거나 폭력행위를 한 것도 아니다. 휴일근로를 거부하고 공장에서 구호를 몇번 외친 것에 불과했다”고 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박태우 기자 ehot@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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