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16일 아침 전북 완주군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앞에서 현대차 노동자들이 사내하청 노동자 18명에 대한 계약해지 방침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26일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으로 수명이 연장된 형법 314조 ‘업무방해죄’는 노동자의 쟁의행위를 탄압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실제로 그렇게 운용돼 온 법 조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가운데 노동자의 파업을 형사상 범죄 혐의로 탄압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국제사회는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지적해왔다.
한국 형법이 규정하고 있는 업무방해죄는 일제가 식민지 조선을 탄압하기 위해 들여온 조선형사령에 근거를 두고 있다. 조선형사령은 ‘사용자인 일본이 노동자인 조선인의 파업 등 쟁의행위를 원천 봉쇄하고자’ 하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2차 세계대전 패망 뒤 정작 일본에선 쟁의행위에 적용되는 업무방해죄가 사문화됐지만, 한국에는 여전히 위세등등한 노동 탄압의 도구로 활용돼 왔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수차례 제도 개선을 권고했지만, 한국의 입법부와 사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2011년 변화의 기미가 보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용자가 예측할 수 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져 막대한 손해를 입힌 경우’에만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며 엄격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이같은 전원합의체의 판단이 나온 이듬해 업무방해죄를 규정한 조항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최고 법원 위상을 두고 헌재를 견제했던 ‘양승태 사법부’는 2015년 당시 헌재 재판관 평의 내용을 파악해 내부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는데, “헌재가 한정위헌 결정을 내리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그 뒤로 7년여 만에 내놓은 결정에서도 헌재는 ‘6명’이라는 위헌 정족수의 벽을 넘지 못했다.
국회는 지난해 2월 본회의에서 강제노동 금지 관련 협약(제29호)를 포함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일부를 비준했고 지난 4월부터 효력이 발생했다. 이날 위헌 정족수는 넘지 못했지만, 5명에 이르는 다수 헌재 재판관은 “단순 파업 그 자체를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하는 것은 사실상 근로자의 노무제공의무를 형벌로 강제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국내법에 준하는 효력을 가지는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에 따라, 입법부의 법제도 정비가 요구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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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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