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논썰] ‘살아있는 권력’ 한동훈 향한 검사들의 위험한 ‘칭송 댓글’

등록 2022-06-04 09:00수정 2022-06-04 22:05

‘인사권자에 충성 경쟁’ 따가운 시선
노골적 ‘윤석열 라인’ 인사로 줄세우기
검찰총장 공석에도 장관은 ‘인사 질주’
‘정권-검찰 동일체’ 전도된 시대 열리나

[논썰] ‘살아있는 권력’ 한동훈 향한 검사들의 위험한 ‘칭송 댓글’ <한겨레TV>
[논썰] ‘살아있는 권력’ 한동훈 향한 검사들의 위험한 ‘칭송 댓글’ <한겨레TV>

최근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관련해 검찰에서 벌어지는 ‘웃지 못할’ 일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15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검찰 내부 게시판에 사직 인사를 올렸습니다. 정무직인 장관에 임명되기 위해 검찰을 떠나면서 남긴 글입니다. 그런데 이후 보름 만에 330여개의 실명 댓글이 붙었다고 합니다. 전체 검사가 2300명가량 되니 약 15%의 검사들이 댓글을 단 셈입니다. 언론에 소개된 댓글 내용들을 직접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 얼어 죽더라도 곁불을 쬐지 않아야 하고 굶주려도 풀은 먹지 않는 호랑이가 되어야 하는 검사의 모범을 보여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 검사 인사로서는 만시지탄, 새로운 출발에 대해서는 고진감래, 사필귀정, 인고필승….’

‘검사장님께서 그간 보여주신 모습은 후배들에게 검사로서 사표가 될 것.’

‘한동훈 검사장님과 동시대에 함께 할 수 있어 영광.'

‘가시는 길에 아름다운 향기가 함께하길.’

‘힘든 상황에서도 꿋꿋이 참검사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검사다운 기개로 모진 기간 청정하셨다.’

일반적으로 퇴직하는 선배한테 그간의 노고를 칭송하고 위로하는 덕담을 건네는 것이야 미덕일 수 있습니다. 그래도 과한 표현들이 손발을 오그라들게 하기는 합니다. 검찰에서는 이렇게 검찰을 떠나는 고위 간부가 내부 게시판에 퇴직 인사를 남기면 후배들이 댓글로 화답하고 이를 갈무리해 기념으로 간직하는 관행도 있다고 합니다.

[논썰] ‘살아있는 권력’ 한동훈 향한 검사들의 위험한 ‘칭송 댓글’ &lt;한겨레TV&gt;
[논썰] ‘살아있는 권력’ 한동훈 향한 검사들의 위험한 ‘칭송 댓글’ <한겨레TV>

‘살아있는 권력’이 된 검사와 후배 검사들의 관계

하지만 한동훈 장관은 일반적인 퇴직과는 경우가 다릅니다. 가뜩이나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나온 상황에서 검찰 내 ‘윤석열 라인’의 실세인 그가 법무부 장관에 오를 경우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정 중립이 흔들릴 것이라는 의구심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생명처럼 여겨야 하는 검찰로서는 당연히 거리를 둬야 할 인물입니다. 또 한 장관은 검찰 인사권을 쥔 법무부 장관이 되기 위해 퇴직했습니다. 그래서 더욱 검사들의 ‘칭송 댓글’은 인사를 염두에 둔 충성경쟁으로 비칩니다. 이런 댓글들도 한번 보시죠.

‘부산 동래에서 한 번 뵈었을 뿐이지만 기억이 생생하다.’

‘법무연수원에서 모닝커피 드실 때 인사드린 기억이 난다.’

‘바쁘신 중에 초임들에게 근사한 파스타와 후식까지 사주셨다.’

‘부산고검 계실 때 후배들 밥 사주시면서 말씀하신 게 잊히지 않는다.'

한동훈 장관과의 인연을 애써 강조하는 내용들에선 ‘나를 기억해달라’는 애처로운 바람마저 느껴집니다. 한 장관은 사직 인사에서 “검사의 일은 ‘what it is’(실제) 못지않게 ‘what it looks’(보여지는 모습)도 중요한 영역”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민들에게 검찰이 어떻게 비치는지, 즉 외관상의 공정성과 신뢰가 중요하다는 말인데, 이 사직 인사에 달린 검사들의 댓글들을 보는 국민들은 어떤 느낌을 받을까요? 넉넉히 짐작이 갑니다. 또 한 장관은 “정의와 상식에 맞는 답을 내고 싶었다. 상대가 정치권력, 경제권력을 가진 강자일수록 다른 것 다 지워버리고 그것만 생각했다”고 했습니다. 이제는 그 자신이 ‘정치권력’이 됐습니다. 그런 한 장관에게 무한한 찬사를 보내는 후배 검사들은 ‘정의와 상식’을 지킬 수 있을까요? 검찰이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드는 ‘살아있는 권력 수사’가 이제 폐기처분되는 게 아닌가 하는 씁쓸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

[논썰] ‘살아있는 권력’ 한동훈 향한 검사들의 위험한 ‘칭송 댓글’ &lt;한겨레TV&gt;
[논썰] ‘살아있는 권력’ 한동훈 향한 검사들의 위험한 ‘칭송 댓글’ <한겨레TV>

절차 무시한 ‘코드 인사’ 또 강행하나

‘윤석열 대통령-한동훈 법무부 장관’ 시대는 이런 현상을 이미 예고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한 장관은 취임 직후인 지난달 18일 검찰 고위 간부에 대한 철저한 ‘코드 인사’를 단행해 검찰 줄세우기 의도를 노골화했습니다. 정치·사회적 주요 사건이 집중되는 서울중앙지검장, 검찰 인사와 예산을 담당하는 법무부 검찰국장, 현재 공석인 검찰총장을 대리할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 요직을 ‘윤석열 라인’ 검사들로 채웠습니다. 검찰 인사의 독립·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검찰청법이 규정한 검찰인사위원회 심의도 건너뛰었습니다. ‘윤석열 라인’을 통한 검찰 직할 통치에 대한 외부의 우려와 비판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이런 ‘밀어붙이기’ 인사가 검사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줬을지는 분명합니다.

나아가 한 장관은 중간간부급 인사도 서두르는 모양새입니다. 차장검사 승진 대상자들에게 6월3일까지 인사검증동의서를 제출하라고 통보해, 6월 중순께는 인사가 단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지금 기조대로라면 중간간부급 인사도 ‘코드 인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검찰총장이 여전히 공석이라는 데 있습니다. 검찰청법은 검찰 인사와 관련해 이렇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34조(검사의 임명과 보직 등) ①검사의 임명과 보직은 법무부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한다. 이 경우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

이 조항의 뒷부분은 노무현 대통령 때인 2004년 추가된 내용입니다.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강화하기 위해 검찰 인사에서 검찰총장의 뜻을 존중하도록 명문화한 것입니다. 그런데 한동훈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해 ‘검찰총장 패싱’이라는 지적을 이미 받았습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 초기에도 김수남 검찰총장이 스스로 물러난 뒤 검찰총장 공석 상태에서 일부 검찰 간부 인사가 이뤄진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이 감찰을 받으면서 사의를 표명한 상태라, 이들을 교체하는 최소한의 인사가 이뤄진 것입니다. 본격적인 검찰 간부 인사는 이후 새 검찰총장 임명 과정을 거쳐 두달여 뒤에 진행됐습니다.

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에는 검찰 인사에서 검찰총장 의견 청취 문제로 법무부와 검찰이 심한 갈등을 빚기도 했습니다. 2020년 추미애 장관 취임 후 첫 검찰 고위 간부 인사 때 검찰은 추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인사 의견 청취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반발했습니다. 당시 대검찰청은 “검찰총장이 사전에 법무부로부터 인사안을 건네받아 대검이 보유한 객관적 자료 등을 기초로 충실히 검토한 후 인사 의견을 개진해 온 전례 등을 존중해 먼저 법무부 인사안을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며 법무부가 인사안을 미리 보내주지 않은 것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결국 윤석열 검찰총장은 인사 의견을 내지 않는 것으로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논썰] ‘살아있는 권력’ 한동훈 향한 검사들의 위험한 ‘칭송 댓글’ &lt;한겨레TV&gt;
[논썰] ‘살아있는 권력’ 한동훈 향한 검사들의 위험한 ‘칭송 댓글’ <한겨레TV>

‘검찰총장 패싱’에도 조용한 검찰

그런데 이번에 한동훈 장관은 검찰총장과 인사안을 놓고 협의하기는커녕 아예 검찰총장이 없는 상태에서 단독으로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한 것입니다. 그래도 검찰 내부에서 아무런 반발이나 문제제기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반대로 한 장관 칭송 댓글만 요란합니다. 기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지금의 검찰에 관한 중요한 진실 하나를 마주하게 됩니다.

법무부 장관은 대통령의 사람이며 ‘살아있는 권력’의 일부입니다. 국민이 선출한 정부의 일원으로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하는 입장입니다. 반면 검찰총장은 검찰 조직의 대표자로서 검찰을 지휘하면서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임무를 띱니다. 정치권력과 검찰 사이의 차단막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때 검찰총장을 통해서 하도록 한 이유입니다.(물론 검찰총장이 위법·무도한 행위를 한다면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행사로 제재를 받아야 하지만 이 문제는 여기서는 제쳐두도록 하겠습니다.) 이같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관계 속에서 총장의 인사 의견 청취라는 제도도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총장이 아예 없는 상태에서 검찰 인사가 이뤄지고 검찰 구성원들도 이에 대해 아무런 저항이 없다는 것은 앞서 말한 검찰총장의 존재와 역할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뜻이 됩니다. 살아있는 권력과 검찰 사이에 차단막으로서의 존재가 필요없다는, 즉 서로가 한몸이라는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고위 간부에 이어 중간간부급 인사까지 모두 이뤄진 뒤에 새 검찰총장이 취임한다면 ‘식물총장’이라는 소리를 듣기 딱 좋습니다. 검찰을 이끄는 수장이 법에 보장된 인사 의견 제시권도 행사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이 이미 다 짜놓은 진용을 넘겨받는 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된다면 한동훈 장관이 실질적으로 검찰총장 노릇까지 도맡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편에서는 어차피 새 검찰총장도 ‘윤석열 라인’에서 나올 테니 인사를 미리 하든 나중에 하든 그게 그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옵니다.

‘검찰 독립성·중립성’ 대놓고 무시하는 시대

이렇게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그의 최측근 법무부 장관→검찰’로 이어지는 직할 체제가 작동하게 되면 ‘정치권력과 검찰의 동일체’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그동안 검찰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검사가 인사에서 불이익을 받는다고 반발해왔지만, 이제 검찰은 인사를 통해 살아있는 권력 수사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구조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검찰 스스로 이런 구조와 체제에 저항하지 않고 동조한다면, 검찰은 권력의 하위 정치집단으로 전락할 것입니다. 검찰 수사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명제 자체가 무너지는 것입니다. 이런 시대에는 검찰 수사권 축소니 수사-기소권 분리니 하는 개혁 방안도 의미가 없어집니다. 검찰이란 조직과 제도 자체의 존재 이유부터 다시 물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검사들의 댓글 릴레이는 그 전도된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음울한 전주곡처럼 들려옵니다.

기획·출연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도움 채반석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